명목으로 올랐지만 달러화기준 4% 하락
시가총액 6위 러스왕, 8개월간 거래 정지
무형자산 30%인 기업 PBR이 5배 "과도해"
[뉴스핌=김성수 기자] 올해 아시아 증시에서 유일하게 하락한 곳이 있다. 중국의 선전증시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나스닥 지수라고 불리는 선전종합지수는 올 들어 달러 기준 4%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가 35% 넘게 상승하고 대형주 중심의 상하이(SSE)50지수가 25% 오른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선전증시와 상하이증시의 매년 수익률 추이 <자료=블룸버그> |
중국 정부에서는 선전증시의 성과가 이처럼 부진했던 탓을 '중국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러스왕(樂視網)의 창업주 지아위에팅 회장에게 돌리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스왕의 시가총액은 2015년 5월 기준 1500억위안이 넘었었다. 이는 당시 선전증시에 상장된 기업들 중에서 시가총액 6위 규모였다. 지아위에팅 회장은 스마트폰과 스마트카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포부를 내세웠다.
그러나 러스왕은 사업 확장에 수십억위안을 쏟아부은 결과 이듬해부터 영업현금흐름(OCF)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 들어 러스왕은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 50억위안에 가까워 지면서 지난 4월 후 8개월 동안 거래가 정지됐다.
러스왕의 연간 영업현금흐름(청록색)과 설비투자(노란색) 추이 <자료=블룸버그> |
러스왕 주가는 장부가치의 4.9배에 거래된다. 그러나 러스왕의 자산 중 30%는 무형자산이다. 무형자산에는 지적재산권이나 특허권 등이 포함되는데 이들은 실질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러스왕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던 뮤추얼 펀드들은 손실을 면치 못했다. 차이나 포스트 코어 컴피턴스 플렉서블 얼로케이션 믹스드 펀드는 포트폴리오에서 러스왕의 비중이 약 10%로 2번째로 많다. 그러나 러스왕이 8개월간 거래가 중지되자 펀드는 러스왕의 가치를 계속 평가절하(write down)했고, 연초대비 수익률은 마이너스(-) 29%에 이르렀다.
일부에서는 선전증시가 여전히 비싸다는 의견이 나온다. 선전증시는 장부가치 대비 3.1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유형자산만 고려해서 주가순자산배율(PBR)을 계산하면 이보다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상하이(SSE)50지수는 PBR이 1.5배에 그치며, 상장된 기업들도 대부분 국영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손실이 발생해도 중국 정부가 보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다.
통신은 "투자자들은 선전증시 대신 국영기업이 주를 이루는 상하이지수를 선호하고 있다"며 "소액 투자자들은 러스왕을 계기로 다시 국영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