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위기 따른 디플레 수출보다 인플레가 먼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약 10년간에 걸친 각국 중앙은행의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이 지구촌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데 사실상 실패했지만 2018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이 전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한 때 약 12조달러에 달하는 소위 ‘서브 제로(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을 양산했던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뉴욕 5번가의 쇼핑객들 <사진=블룸버그> |
에노도 이코노믹스의 다이애나 초이레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7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의 칼럼을 통해 내년 중국의 수출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전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포함한 중앙은행 정책자들의 바람인 동시에 장기간에 걸친 목표에 해당한다.
때문에 중국발 인플레이션 상승에 중앙은행이 반색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수출품’이 건강한 인플레이션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고 초이레바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비용 상승과 함께 과도한 통화완화 정책 및 자본 규제 등에 따른 과잉 유동성에서 초래된 결과다.
중국 정부의 환경 오염 방지 캠페인과 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설비 축소 역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11월 1.7% 오르는 데 그쳤다. 때문에 중국이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지만 다른 지표를 볼 때 상황은 달라진다고 초이레바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경제 전반의 물가를 측정하는 지표인 GDP 디플레이터가 3분기 연율 기준 4.5% 치솟았고, 시장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6.4%로 판단하고 있다.
생산자 물가는 11월 전년 동기에 비해 5.8% 뛰었고, 특히 제조 비용이 7.5%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재 상품의 가격이 같은 기간 0.6%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제조 비용이 가파르게 치솟은 것은 중국 정부의 환경 규제로 인해 석탄과 금속 등 주요 상품 가격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초이레바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유틸리티 업계가 고비용을 시장 전반에 확산시키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관련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결국 이는 중국 경제 전반은 물론이고 주요국 곳곳에 전염될 것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제조업계 대부분의 기업들이 임금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압박을 받는 상황을 감안할 때 비용 부담을 전가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이와 함께 지난 수년간 중국이 실시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 역시 물가를 들썩거리게 할 잠재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 석학 가운데 일부는 중국 경제가 부채 위기를 맞으면서 전세계에 디플레이션을 수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초이레바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예상이 궁극적으로 적중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확산시킬 여지가 높고, 이는 아직 금융시장에 반영되지 않은 ‘서프라이즈’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