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이드라인보다 엄격…타 은행도 예의주시 중
[뉴스핌=강필성 기자] 신한은행이 자기 은행 계좌를 보유한 고객에게만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를 만들어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내년 1월 가상화폐를 거래하려면 은행에서 본인 확인을 받은 가상계좌를 이용하도록 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가상계좌를 갖고 있는 회원이라도 은행에서 본인 확인을 받아야한다. 신한은행은 다른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고객에게 본인 확인을 하지 않기로 방침은 세운 것.
신한은행의 이런 방침은 가상화폐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신한은행 외에 다른 은행 계좌를 가진 거래소 회원은 거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신한은행 계좌로 갈아타야만 한다.
서울 중구 빗썸 광화문 고객상담 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년 1월부터 도입되는 가상화폐 거래소 본인확인 시스템을 통해 신한은행 계좌에 대한 가상계좌만 발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내어줄 때, 자금세탁방지제도를 위반한 사례를 조회하기 위해 고객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필요하다"면서 "타행 계좌의 경우에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확인이 불가능해 이렇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빅3'로 꼽히는 빗썸, 코인원 등과 계약을 맺고 있다. 빗썸, 코인원의 회원은 내년부터 신한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으면 거래를 할 수 없게된 셈이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실명을 인증하면 은행에서 계좌명을 조회해서 계좌를 매칭하면 될 문제"라면서 "신한은행이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신원조회까지 실시키로 한 것은 과도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내년부터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 발급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은행은 신한은행을 필두로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광주은행 등 6개에 불과하다.
이중 IBK기업은행, KEB하나은행이나 광주은행은 당장 내년 1월부터 시스템을 도입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이나 NH농협은행도 현재 구체적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가장 앞장서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신한은행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도적으로 나선 신한은행이 타행 계좌에 대한 가상화폐 발급을 중단할 경우 다른 은행들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세탁방지’를 하는 신한은행이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각 가상화폐 거래소는 은행마다 거래 계좌를 제한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거래소가 은행의 계좌 유치를 위한 전초기지가 되는 셈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