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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수피춤과 강강수월래

기사입력 : 2017년12월01일 14:39

최종수정 : 2017년12월01일 14:39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중동하면 내게 또 떠오르는 것이 수피춤이다. 이스탄불의 어느 홀에서 관람한 적이 있는데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몇 명의 남성 무용수들이 한 방향으로 계속 돌고 돈다. 일이십 분도 더 되는듯하다. 나 같으면 어지러워 쓰러질텐데도 얼굴엔 신비로운 미소마저 띠며 계속 돌고 돌았다. 춤을 넘어서는 느낌이었다. 나는 서서히 황홀경에 잠겨갔다. 삼사십분 정도는 회전이 계속되었다.

이슬람의 신비주의 수피즘에서 유래된 춤이라고 한다. 입고 있는 검은 옷은 죽음을 나타내고 흰 옷은 수의를, 머리에 쓴 하얀 색의 길쭉한 모자는 묘지에 세워두는 비석을 상징한다고 이전의 다른 수필에서 나는 묘사한 적이 있었다. 춤 뿐 아니라 예술 전반이 고대의 종교와 연관되지만 수피춤은 종교성을 극단으로 단순화시킴으로서 고밀도를 빚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단순의 극치이며 그것의 반복이어서 합일이란 느낌에 점점 젖게 하는 기이함을 가진 춤이다.

수피춤과 더불어 또하나 유명한 중동의 춤이 밸리 댄스이다. 허리와 엉덩이를 요염하게 돌리는 관능적인 춤인데 그 기원을 알고 나자 나는 다소 멍해졌다. 고대 메소포타미아까지 깊어진다. 몸을 흔드는 것은 향기의 발산, 무릎을 꿇고 몸을 뒤로 젖히는 것은 받아들임, 격렬한 몸짓은 출산과 고통을 의미한다고 한다. 코란을 기점으로 정리하자면 중동엔 그 이전의 시기에 깊은 유래를 갖는 밸리 댄스가 있으며 그 이후엔 수피춤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중동엔 이 두 개의 춤보다 다채로운 춤들이 존재할 것이다. 내가 그쪽 문화에 깊지 못해서 피상적인 지식만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성으로 따지자면 중동보다는 유럽이 단연 강할 것이다. 춤만 하더라도 트로트, 록, 블루스, 탱고, 살사, 힙합 등등 이름을 나열하기도 버거울 지경이다. 그것들은 유럽에서 탄생되기도 했고 남미나 다른 대지에서 생겨나 흘러오기도 했다. 물론 춤을 포함한 문화 전반의 유입 현상은 중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종교 등의 이유로 그 정도가 유럽을 따라가진 못할 것이다. 유럽은 문명의 탄생에서부터 외래의 것들의 유입에 상당히 기반되었다. 기독교만 하더라도 히브리 내지 로마로부터 유입된 것이다. 이슬람이 중동 안에서 생겨나 신앙화된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앙아시아. 중국, 인도, 남미 등등 온갖 곳들에서 가지각색의 문물들이 유입되고 도둑질 성격도 띠면서 유럽 문명이 생성되어갔다. 그런 특성은 유럽의 사생아라고도 할 수 있는 미국의 특성으로도 이어진다. 재즈 역시 유럽의 클래식의 바탕 위에서 아프리카적인 생동감이 결합된 면이 강하다. 재즈를 기반으로 한 각종의 춤들 역시 유럽과 미국 문명의 특성을 보여준다.

내가 태어나 자란 대한민국은 유럽과 미국 문화에 영향 받은 바가 크다. 음악과 춤에 대한 나의 상식도 그에 기인된 것이다. 그래서일텐데 이스탄불에서 수피춤을 사전 지식 없이 처음 관람했을 때의 신선미와 경이로움은 상당했다. 이질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마치 내게 맞는 옷처럼 아늑하고 편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신기했다. 저런 춤도 가능하며 진짜 춤 이상이라고 여겨졌다.

나는 음악도 얇지만 춤에 대해서도 미천한 사람이다. 살아오면서 잠깐 잠깐씩의 축적 정도가 내 앎의 전부일 것이다. 그러한 피상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수피춤은 승무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형식이 극단으로 단순하고 단순함이 주는 독특한 완벽미가 있어 보였다. 수피춤은 마치 종교춤의 원형인 느낌이 든다. 결정체라는 느낌 역시 든다. 저것보다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춤을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

중동은 서양의 기준에 의한 것이다. 아시아를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인 반면 중동은 서아시아이다. 즉 중동과 한국은 아시아 대륙의 서쪽과 동쪽에 각기 자리잡고 있으며 아시아의 일원들인 것이다. 수피춤이 이질적임에도 불구하도 왠지 모를 편안함과 친근미가 느껴진 것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에 속한 우리나라도 상고 시대에 제천행사 등 종교적인 것과 깊은 관계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춤도 그런 기원에서 비롯된다. 강강수월래는 임진왜란 때 생겨났다는 말도 있고 그 이전의 상고 시대의 추수감사나 제천행사에서 유래를 찾기까지 한다.

강강수월래 역시 원이다. 남녀노소가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빙빙 돈다. 강강수월래와 수피춤은 물론 다르다.
강강수월래가 집단적이라면 수피춤은 개인적인 면이 강하다. 전자가 누구나 출 수 있는 평범한 춤이라면 후자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춤이다. 무용수 한 명 한 명의 숙련도와 내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복장 역시 전자가 평소에 입는 것이라면 후자는 설명했다시피 깊은 상징 체계를 지닌다. 유래는 전자가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지만 후자는 마호메트 이후의 수피즘에 있다.
이렇듯 따지고 보면 수많은 차이점들이 존재하지만 원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종교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그 원이 한국에선 저렇게 처리되고 중동에선 저렇게 처리되는구나 하는 유사성이 내겐 느껴진다. 시공이 다름에도 신성과 우주에 대한 마음, 자연의 원리, 오묘함 등에 깊은 관조를 보이면 수피춤이나 강강수월래 뿐만 아니라 저런 유형의 행위들이 빚어질 것 같다.

지금은 세계 전체가 비빔밥처럼 어우러져 동과 서, 유럽과 미주 문명이니 중동 문명, 동아시아 문명, 기타 문명이니 하는 분리적 시각이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현대를 깊게 알고 그 속의 우리의 삶을 통찰하고자 한다면 그 각종의 문명들과 그 층위들, 상호작용을 분석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유럽 너머에 중동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인식론적 시각일 것 같다. 그러나 지도에서 보면 중동 너머에 유럽이 있다. 지리적으로도 우리에겐 중동이 가깝고 아시아적 문화 양식으로도 그러하다. 다만 유럽과 미국이 현실적 힘의 우위로서 영향을 지나치게 끼쳤기에 그 그늘 하에 있는 것뿐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세계가 상징적으로 녹아 있는 밸리 댄스, 음악 같은 경전인 코란, 그 성스러운 종교성에 의해 빚어진 완벽한 예술미의 수피춤, 그 세 개의 이미지로도 중동은 너무도 아름다고 풍성하게 내게 다가온다. 내 안에 있는 강강수월래적인 심성과 감성과도 자연스럽게 교감된다. 현실적인 힘의 잣대에 의해 인간의 시각은 얼마든지 일그러질 수 있다. 그러한 주입식 처마도 때론 거두어내고 저 너머의 눈부심을 그 자체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갖추면 삶과 현실은 보다 풍요롭게 향유될 것이다.

이명훈(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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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선사시대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후 15년 만의 결실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총 17건(문화유산 15건·자연유산 2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 [사진=국가유산청] 2025.07.12 alice09@newspim.com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산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유산이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이 생동감 있게 표현돼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화 생태계를 엿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010년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후 지난해 1월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이후 서류 및 현장실사 등 심사를 거쳤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했다. 이어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면서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 발전을 집약해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국가유산청] 2025.07.12 alice09@newspim.com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결정과 함께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보고할 것과 더불어 반구천 세계 암각화센터의 효과적 운영을 보장하고, 관리 체계에서 지역 공동체와 줌니들의 역할을 공식화하고,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주요 개발 계획에 대해 알릴 것을 권고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반구천의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는 국가유산청과 외교부,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해당 지자체가 모두 힘을 합쳐 이뤄낸 값진 결과"라며 "이번 등재롤 계기로 '반구천의 암각화'가 가진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실히 보존하는 한편, 지역주민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는 적극행정으로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상에 알려진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세계유산 등재까지는 쉽지 않은 긴 여정이었다"며 "앞으로도 국가유산청은 '반구천의 암각화'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가치를 지키고 잘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alice09@newspim.com 2025-07-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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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네르, 생애 첫 윔블던 단식 우승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가 생애 첫 윔블던 남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신네르는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2025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2위)를 3시간 4분 만에 3-1(4-6 6-4 6-4 6-4)로 꺾었다. 올해 1월 호주오픈에 이은 시즌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품에 안고 상금은 300만 파운드(약 55억8000만원)를 거머쥐었다. 이탈리아 선수가 윔블던 단식 정상을 밟은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남자 단식 마테오 베레티니, 2024년 여자 단식 자스민 파올리니가 결승에 진출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런던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신네르가 13일(현지시간)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카라스를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5.7.13 psoq1337@newspim.com 이번 결승은 지난 프랑스오픈 결승에 이은 두 선수의 메이저 결승 리턴 매치. 당시 신네르는 알카라스에게 2-3(6-4 7-6<7-4> 4-6 6-7<3-7> 6-7<2-10>)으로 패해 우승을 놓쳤다. 당시 트리플 매치 포인트를 날린 신네르는 경기 후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경기'라며 절치부심했고 한 달 만에 완벽하게 되갚았다. 신네르는 알카라스에게 당하던 5연패 사슬을 끊었다. 둘의 상대 전적은 여전히 알카라스가 8승 5패로 앞선다. 신네르는 이날 알카라스 특유의 드롭샷과 로브, 변칙 플레이에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3세트 게임스코어 4-4에서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4세트에서도 다시 한 번 브레이크로 균형을 깼다. 게임스코어 5-4, 자신의 마지막 서브 게임에서 신네르는 평균 200km/h에 가까운 강서브로 트리플 챔피언십 포인트를 만들었고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런던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신네르가 13일(현지시간)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카라스를 꺾고 우승한 뒤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5.7.13 psoq1337@newspim.com 경기 후 신네르는 "파리에서 정말 힘든 패배를 겪었기 때문에 감정이 북받친다"며 "결국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다. 우리는 패배를 받아들이고 계속 노력했고, 그 결과 이렇게 트로피를 들게 됐다"고 말했다. 하드 코트 메이저에서만 세 차례(2023 US오픈, 2024 호주오픈 포함) 우승했던 그는 이번 잔디 코트에서 처음 정상에 올라 메이저 전천후 강자임을 입증했다. 유일하게 우승이 없는 클레이코트 메이저 프랑스오픈까지 제패할 경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지난해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던 신네르는 도핑 사실이 알려진 뒤로는 올해 호주오픈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따냈고 도핑으로 인한 3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마친 올해 5월 초 이후로는 이번이 첫 메이저 우승이다. 반면 알카라스는 윔블던 3연패 도전에 실패했다. 통산 6번째 메이저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패배를 당했고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해선 여전히 호주오픈 우승이 필요하다. [런던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신네르(왼쪽)와 알카라스가 13일(현지시간)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을 마치고 축하와 위로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7.13 psoq1337@newspim.com 그는 "결승에서 지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오늘은 야닉의 날이다. 훌륭한 테니스를 한 그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네르와 알카라스는 지난해 호주오픈부터 치러진 7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타이틀을 전부 나눠 가졌다. 2023년엔 알카라스가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신네르가 호주오픈과 US오픈을 차지했고, 올해는 다시 신네르가 호주오픈과 윔블던을, 알카라스가 프랑스오픈을 가져갔다. 이제 두 선수는 메이저를 양분하는 확실한 '빅2'로 자리매김했다. psoq1337@newspim.com 2025-07-1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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