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 신청 20주년…구조조정 관련 정부 원칙 혼선
[뉴스핌=정탁윤 기자] 21일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20년째를 맞은 가운데, 재계가 효성그룹 조석래 전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 재판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는 당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억울하게 핵심사업을 매각하거나 계열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금과는 다른 회계처리 기준이 적용됐다고 지적한다. 그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은 아예 해체되기도 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1998년초와 올해 국내 30대 그룹 현황 비교' 자료에 따르면, 대우와 쌍용 등 당시 국내 30대 그룹 중 11곳이 IMF 이후 해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체는 면했지만 30대그룹 순위 밖으로 밀려난 한라, 한솔 등과 같은 그룹도 8곳에 달한다. 두산과 효성을 포함한 나머지 11곳은 순위 변동은 있으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30위 안에 남아있다. 이들 가운데 두산, 한화, 효성 등은 성공적인 IMF 기업 구조조정사례로 꼽힌다.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효성그룹의 조석래 전 회장은 5000억원대 분식회계와 탈세, 횡령, 배임, 위법배당 등 총 8000억원 대 기업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2014년 1월 기소됐다.
지난해 1월 1심은 배임·횡령 혐의는 무죄로 봤지만 탈세 1358억원과 위법배당 일부를 인정해 징역 3년과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1심 판결 이후 조 전 회장은 차명주식 양도와 관련한 포탈세액 산정 규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고 별도로 조세 불복 소송 등을 제기했다. 이후 최근 2심 재판이 재개됐다.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 벌금 1365억 원을 선고 받은 조석래 효성 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조 전 회장은 1998년 효성물산, 효성중공업, 효성생활산업, 효성 T&C등 4개 계열사를 ㈜효성으로 합병하고 6개 사업부문 체제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알짜사업이던 효성바스프와 효성ABB 등은 매각하고 부실회사는 과감히 청산했다.
효성 관계자는 "당시 기업이 벌어서 해결하는 구조조정 방법을 택했던 조 전 회장의 결단으로 효성은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임직원들은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누적됐던 부실도 순차적으로 갚아 나갈 수 있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도 6%대에서 10%안팎으로 상승했다. 현재 효성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ATM기, 시트벨트 등 세계 1위 상품을 만들며 성공적 구조조정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강제했던 부채비율 200% 이하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 효성은 가공의 기계장치의 감가상각을 통해 10여년 동안 처리했다. 부실 정리 후에는 더 이상 가공자산 대체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검찰은 이를 분식회계로 판단, 효성은 현재 2014년부터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08년 첫 비자금 수사를 시작으로 10년째 검찰의 수사도 받고 있다. 최근엔 조 전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48)이 2014년 장남인 조현준 현 회장(49)과 그룹 계열사 임원들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과 관련,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정부의 요구대로 효성을 비롯한 많은 대기업들이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고 지금과는 맞지 않는 회계처리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며 "외환위기를 극복한 지 20년이 됐지만 구조조정과 관련한 정부의 명확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오히려 경제 전반에 혼선을 가중시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