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초등학교 5학년 토모는 툭하면 집을 나가는 엄마 탓에 괴롭다. 철없는 엄마가 인생을 찾겠다며 사라질 때마다 의지하는 사람은 외삼촌 마키오. 그런데 그새 외삼촌 집에는 동거녀가 생겨버렸다. 외삼촌과 사는 린코는 상냥하고 요리도 수준급. 게다가 토모를 몹시 예뻐해준다. 특이한 점이라면, 그가 여성이 되고자 수술한 트랜스젠더란 사실. 엄마 탓에 엉망이 된 토모를 어루만지는 린코. 과연 두 사람은 다름을 뛰어넘고 진심을 나눌 수 있을까.
'요시노 이발관' '카모메 식당'의 연출자 오기가미 나오코가 신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로 돌아온다. 인간 내면과 따스한 교감을 중시해온 감독의 새 영화는 상처받은 아이, 성소수자의 평범하지 않은 만남을 통해 다름을 인정하고 어울리는 법을 이야기한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담담한 화법으로 제법 묵직한 소재를 다룬다. 부모사랑을 덜 받고 자란 토모와, 그저 여자가 되고픈 린코가 편견의 벽을 실감하는 장면들이 꽤 아프게 다가온다. 정작 본인 심정은 헤아리려 들지도 않으면서 돌을 던지고 보는 주변인물들은 진실을 외면하는 우리 사회와 닮았다.
영화는 토모와 린코, 그리고 마키오의 훈훈한 교감을 통해 다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편견의 벽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조금 다른 상대의 손을 잡는 토모의 성장이 뭉클하게 전개된다. 갈등을 풀어나가는 인물 토모 역을 맡은 배우는 13세 카키하라 린카. 첫 영화에서 수준급 연기를 보여준 꼬마 배우의 미래가 무척 기대된다.
토모와 더불어 작품의 감동을 완성하는 캐릭터는 린코다. 여성보다 더 여성스러운 이 배역을 소화한 인물은 '뇌남' '두더지의 노래' 시리즈의 상남자 이쿠타 토마(33)다. 180도 다른 변신에 과연 우리가 알던 그 배우가 맞나 싶다. 물론 둘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 키리타니 켄타의 유연한 연기도 일품이다.
명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주저없이 종이컵 전화 신을 추천한다. 다름을 인정하기.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영화의 메시지는 토모와 린코가 종이컵 전화기에 대고 마음을 여는 장면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집나간 엄마 탓에 마음이 복잡한 토모가 린코의 조건 없는 사랑을 처음으로 알아주는 매우 인상적인 신이기도 하다. 사실 둘의 우정과 교감을 다룬 장면은 이 외에도 여럿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영화는 16일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사진=(주)엔케이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