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을 받는 의료원·시설관리공단·기술원·연구원·재단법인 등
"1100개 기관 5년 전수조사, 현실적 힘들어" 우려도
[뉴스핌 이고은 기자] 공공기관 채용비리 척결을 위해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공공기관 감독을 책임진 기획재정부는 산하 330개 공공기관과 함께 지방공공기관, 공직유관단체 등 1089개 기관에 대한 5년간의 채용비리를 전수조사한다. 채용비리 압력을 넣은 사람에 대해서는 실명과 신분을 공개하고 채용자는 퇴출을 원칙으로 하는 강수를 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공공기관 조사를 지방공기업과 공직유관단체 등으로 넓혀 1089개 모두를 전수조사 확대 방침을 전격 발표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도 있지만, 정부도 공공기관의 채용·인사 비리가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을만큼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용과 채용이 사회적 문제를 넘어 갈등의 폭발력있는 씨앗이 된만큼 공공부문 채용비리를 바로잡지 않으면 사회불안의 화약고가 된 점도 정부가 다급히 나섰다는 관측이다. 국민 위화감 격화는 물론 국가경쟁력 약화 등에도 심각한 여파를 불러 일으킨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원랜드 등에서 드러난 부정채용은 빙산의 일각이며 국회의원과 공직자, 공기업, 공기관 내부 등이 얽혀 광범위하게 퍼진만큼 지금 적폐를 도려내는 것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거래소 등 일부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 '정부의 성공'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전수조사 대상은 2017년 기준 중앙정부 산하 330개 공공기관을 포함해 지방 공기업과 공공기관, 공직유관단체 등 1089곳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관련부처와 협의해 지정하는데, 해마다 지정범위에 차이가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 관계장관 간담회를 주재하고 채용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공직유관단체는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 및 같은법 시행령 제3조의2에 따라 재산등록 대상으로 인사혁신처가 매년 상·하반기 고시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출자·출연을 받고나 임원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지자체 장이 선임하거나 승인하는 곳 등이다.
5·18기념재단과 예술의전당, 한국거래소, 한국적십자사, 대한체육회, 수원 FC, 각 지방 의료원과 시설관리공단, 각 분야 기술원·연구원, 정부 출연을 받는 재단법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기재부는 "지방공공기관과 공직유관단체의 인사ㆍ채용비리 조사는 국가 공기업 조사원칙을 준용하고,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 본부' 논의를 거쳐 엄정하게 추진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감사팀을 꾸린다 해도 1100여개에 육박하는 기관·단체에 대해 5년간의 채용서류를 모두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자칫 전수조사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이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권익위와 경찰청에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부정합격자 퇴출도 쉽게 접근하기 힘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당이익을 환수한다는 차원에서 부정합격자 퇴출은 정당하다"면서도 "다만 법리적 다툼이 다수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청탁이나 압력을 넣은 넣은 사람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실명과 신분을 공개하고 업무에서 즉시 배제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합격된 채용자 퇴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김동연 부총리는 "제일 고민한 부분이 이미 채용된 분들에 대한 사안"이라면서 "퇴출을 원칙으로 하되, 빠른 시간 내에 기준을 정해 일정기준 하에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