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회장 나이 70세 제한…금융 협회엔 규정 없어
[뉴스핌=강필성 기자] 금융권에 올드보이가 되돌아오고 있다.
BNK금융그룹의 수장으로 선임된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근 손해보험협회장으로 단독 추천된 김용덕 전 금융감독원장, 유력한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꼽히는 홍재형 전 부총리 등이다.
시중은행의 70세가 넘으면 회장을 할 수 없다는 CEO 승계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복귀하는 이들의 나이는 이 규정을 비웃듯 60대 후반에서 많게는 70대 후반에 이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민간금융사 및 민간협회에 옛 관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26일 손보협회는 김용덕 전 금감원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하면서 사실상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손보협회는 민간출신 회장을 선출하겠다며 자격요건을 만들었다. 하지만 3년만에 다시 관료출신으로 되돌아갔다.
<사진=뉴시스> |
그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과 금융감독위원장을 역임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정책자문단인 ‘10년의힘 위원회’에서 금융정책을 조언하고 공약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의 나이는 67세.
은행연합회장 후보로는 79세의 홍재형 전 부총리가 유력한 차기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90년대 외환은행장 및 재무부 장관, 부총리를 역임한 그는 지난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이 외에 지난달 회장으로 선임된 김지완 BNK금융그룹회장도 71세의 고령이다. 하나금융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을 지낸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으로 2012년 문재인 캠프에 몸을 담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령이라는 점과 참여정부 또는 문재인 선거캠프와 인연을 갖고 있다는 것. 이에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한 거 아니냐고 보고 있다. 10년 전 참여정부 당시 등용됐던 인사를 찾다보니 대부분 전성기가 한참 지난 ‘올드보이’로 구성되고 있다는 것. 여기에는 70대 전후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인사가 다수 있다는 점이나, 정권이 바뀌면서 그간 재기 기회를 엿보던 관료출신 인사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내 차기 회장을 선출해야하는 생명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고령의 이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릴만큼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활동할 수 있냐는 점이다. 이는 점차 젊은 수장을 선호하는 일선 금융그룹과는 다른 분위기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내부규범에 회장의 나이를 70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70세가 될 경우에는 이듬해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뽑아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륜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판단력과 행동력을 감안했을 때 70세가 그 한계점이라고 보고 이같은 규정을 만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