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승현 기자] 성장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상장제도가 전면 재정비된다. 또한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균형 있게 반영한 새로운 벤치마크(BM) 지수가 만들어진다.
이밖에 한국거래소 코스닥 본부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인다. 출범을 앞둔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모험자본을 공급, 중개할 수 있는 혁신 플레이어로 키운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용범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에서 금융투자업계, 벤처기업, 벤처캐피탈 등 민간 전문가들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김 부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금융위는 혁신성장을 위해 보다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을 투입하는 ‘생산적 금융’이 자리매김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생산적 금융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 자본시장에 달려있다는 각오로 과감하고 혁신적인 자본시장 개선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자본시장은 짧은 시간에 양적인 성장을 이뤘지만(시가총액 1997년 78조→2017년 9월 1783조원), 모험자본 투자 촉진을 통해 미래 혁신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 수행은 미흡했다는 평가다.
특히 저금리 기조로 확대된 시중 단기유동자금이 코스닥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았다. 지난 2013년 이후 코스닥 지수 상승률은 부동산시장을 상회했지만, 기관투자자는 순매도 추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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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에서 금융투자업계, 벤처기업, 벤처캐피탈 등 민간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금융위> |
이에 대해 금융위는 자산 특성, 투자자, 기업, 시장, 금융투자업계 측면에서 우리 자본시장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자산 특성상 사용가치가 있는 부동산에 비해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이끌기 위해서는 파격적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우리 주식 투자에 대한 특별한 유인책(낮은 세율, 소득공제 등)을 찾기 어렵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투자자 측면에서 코스닥 기업은 위험감내 능력이 있는 장기투자성향의 기관투자자의 관심이 필요하지만 정책자금, 연기금 등의 코스닥 투자는 미미한 수준인 점이 지적됐다. 지난 9월 기준 연기금의 주식투자 총액 134조원 중 코스닥 투자는 2%(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 측면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회계 불투명성 등으로 기업가치가 절하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 코스피・코스닥 시장간 경쟁이 없었고, 코스닥의 독자적인 경쟁력 제고와 혁신기업 유치 등 발전 노력이 미흡했다.
마지막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단순 중개업 중심에 머물러 있고 혁신기업을 발굴해 함께 성장하는 역량이 부족했다. 국내 증권사 수익 중 위탁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40~50% 수준으로 미국(14%), 일본(17%)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금융위는 자본시장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성장잠재력이 큰 혁신기업들이 원활히 코스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상장제도 전반을 전면 재정비한다. 자본시장 투자자와 기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검토한다.
코스닥 시장에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균형 있게 반영한 신규 벤치마크 지수를 개발한다.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회계투명성을 강화한다. 지난 9월 회계개혁법이 국회를 통과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기업 내부감사기구의 회계책임 강화 등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됐다.
코스닥 시장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코스피 시장과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한다. 한국거래소에 대한 경영 평가시 코스피・코스닥 본부별 평가제를 도입한다. 코스닥 본부에 대해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자본시장에 모험자본을 공급・중개할 수 있는 혁신 참여자를 양성한다. 초대형 투자은행(IB)에 대한 신규업무 인가 등을 통해 벤처투자 등 기업금융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금융투자업자가 단순 투자 중개에서 탈피하도록 ‘관계형 금융’ 확산을 유도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자본시장과장, 자산운용과장, 산업금융과장이 참석했다. 기업 대표로 코스닥 상장사인 모비스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B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와디즈, 유니슨캐피탈, VIG파트너스, SBI인베스트먼트가 자리했다. 이밖에 전문가로 정유신 서강대 교수, 이정민 벤처협회 부소장, 성장금융이 참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