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자체 조사 실시
[뉴스핌=김성수 기자] 러시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랩(Kaspersky Lab)이 자사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에서 미국의 비밀 해킹 프로그램의 암호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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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룸버그> |
2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카스퍼스키랩은 자사 제품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퀘이션 그룹(Equation Group)이 개발한 툴을 발견했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이퀘이션 그룹은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관련한 해킹 조직으로 추정된다.
회사 측은 "최고경영자(CEO)의 요청에 따라 암호 자료를 전체 시스템에서 삭제했다"며 "제3자 중에 암호에 접근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카스퍼스키랩이 자체 조사를 실시한 것은 작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영향이다. 카스퍼스키는 20년 전에 설립된 IT 보안 전문 기업으로, 업계에서는 그 동안 별다른 스캔들 없이 보안의 원칙을 잘 고수하고 있다는 평판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 정부가 미국 NSA의 기술을 입수하기 위해 카스퍼스키랩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카스퍼스키 소프트웨어를 가동 중이던 NSA 애널리스트의 컴퓨터에서 미국 비밀 해킹 프로그램의 암호가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모든 연방 정부기관에서 러시아 정보기관과의 연루 의혹을 받는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카스퍼스키 사용을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이전까지 카스퍼스키 제품은 미국 내에서 널리 사용돼 왔다. 민간 기업은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와 공공 기관에서도 카스퍼스키 제품을 사용 중이다.
앞서 카스퍼스키랩의 대변인은 자사는 러시아 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오랜 시간 한 업계에서 최대한 공정하게 가치관을 실천해온 기업을 정치적 입장만으로 매도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