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 결정법 시행
“인간답게 마감…‘임종과정 환자’만 선택”
[뉴스핌=오채윤 기자] ‘웰다잉’이 가능해졌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생명을 단순히 연장하는 연명 치료를 거부해 ‘품위 있게’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23일부터 전국 대형병원 10곳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 본인이 원할 경우, 생명 연장을 위해 진행해 온 연명의료의 중단이 가능해진다.
지난 22일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은 연명의료결정법의 내년 2월4일 시행을 앞두고 10곳 의료기관에서 23일부터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법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6년 1월 17일 입법관문을 통과했다.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가 과다출혈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 달라는 가족의 요구를 대법원이 받아들인 ‘김 할머니 사건’ 이후 6년 만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신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를 거쳐 더 이상의 연명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다만 진통제 투여, 영양‧물‧산소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연명의료 중단 절차도 [출처=보건복지부] |
연명의료 결정법은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가진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존엄사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존엄사는 안락사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안락사가 고통 없는 생의 마감에 초점을 맞췄다면 존엄사는 ‘인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주요 사안이다.
존엄사가 자연스러운 죽음이라면 안락사는 의도적인 죽음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안락사는 큰 고통을 겪으면서 회복 불능의 질병을 앓고 있는 의식 있는 환자가 자신의 결정으로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료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지만, 존엄사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만 선택할 수 있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받아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히 증상이 악화해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다.
환자가 평소에 죽음과 관련해서 했던 말 혹은 추정적 의사를 확인해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연명치료를 중단하거나 보류하는 것도 ‘존엄사’로 인정된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 법 시행에 앞서 정교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자칫 ‘현대판 고려장’이나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