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한 때는 전문가들이 비웃었던 북한의 '사이버 파워'가 지금은 핵무기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에 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북한의 김정은이 핵무기보다는 사이버 공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5일 자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영국의 보안 관계자들을 인용, 과거 실적이야 어떻든간에 6000명 이상으로 구성된 북한의 해커 부대는 끈질기면서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에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사실 북한은 수억달러를 훔칠 수 있는 사이버프로그램을 조용히 개발하고 또 세계적인 폐해를 초래할 수 있는 사이버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
NYT에 따르면, 비록 철자 하나가 틀리는 바람에 실패했지만 지난해 북한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에서 10억달러를 인출하려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를 해킹했다. 이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김정은은 8100만달러의 자금을 해킹을 통해 마련했다.
핵무기 개발이 국제적 경제제재를 초래한 것과는 달리 북한의 사이버공격은 그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 결과 이제 북한은 서방 국가를 상대로 실질적인 해킹 공격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한때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서방의 전문가들이 비웃었던 것처럼, 북한의 사이버 파워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낮춰봤다. 하지만 이제 북한이 완벽한 사이버 공격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최근 북한이 미국 전력회사들을 타깃으로 해킹을 시도한 것이 이런 점을 잘 드러낸다고 한다. 사이버 보안회사 파이어아이(FireEye)는 북한과 연계된 해커들이 특정 개인 및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스피어피싱 이메일을 통해 미국 전력 회사들을 해킹하려 한 것을 발견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지낸 프랭크 피글리우치는 "이는 북한이 사이버 해킹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우리를 해칠만한 공격력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해킹 시도가 성공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파이어아이도 전력 회사들을 목표로 삼은 점은 미국과 북한 간의 최근 긴장상황 고조와 관계가 있을 수 있으며 실제 사이버 공격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가안보국 출신이면서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사이버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 잉글리스는 "초기 진입비용이 막대한 측면은 있지만 사이버 파워는 일국의 인프라를 통제할 수 있다"고 그 위력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사이버 활동에 대해 격앙하면서도 미국이나 한국은 종종 자국의 사이버 활동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실은 양국의 이런 활동이 북한과의 사이버 군비경쟁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일 수천명은 아니더라도 수백명의 미국 사이버전투요원이 북한의 네트워크를 그려보고 유사시 공격할 수 있는 허점을 찾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북한의 정찰총국(RGB)도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미국 CIA국장 마이크 폼페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김정은을 둘러싼 북한의 권력구도를 보다 정밀하게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이버 및 특별 임무 책임자는 누구인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서는 장길수라고도 하고 또 일각에서는 관련 정보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는 인물로 지난해 5월 당 중앙위원으로 승진한 노광철이라고도 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토안전부의 사이버정책 부장관 출신 로버트 실버는 "사이버 전쟁은 북한보다는 미국과 그 동맹국에게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그의 핵 프로그램이 핵심 타깃이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김정은이 미사일 공격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미국을 무력화하는 것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버는 "모두가 핵공격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실은 그보다 훨씬 가능성이 높은 파괴적 사태도 있다"며 사이버 공격을 부각시켰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