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스터디 모임으로 취업 전 진입장벽
“스펙 좋은 취준생이 더 도움된다 인식 강해”
특정 학교·학생 커뮤니티 정보 돈주고 사기도
[뉴스핌=오채윤 기자] 언론고시 준비생인 김모(26)씨는 시험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스터디 모집’ 글을 검색했다.
스터디 인원을 보충한다는 글을 보고 게시자에게 연락했지만, 학벌과 이력을 비롯해 각종 스펙을 보내라는 답장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모임에서 거절당하고 다른 스터디를 알아봐야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고시와 각종 시험 준비생 사이에 ‘학벌‧스펙’ 카르텔이 성행하고 있다. 정해진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스터디 그룹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다.
스터디 모집 인원을 구할 때 처음부터 학교와 이력, 성별 등을 기재해 신청하라는 게시글도 많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취업 전부터 진입장벽을 마주한 취준생들은 심리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홍보 마케팅 분야의 취업을 노리는 김모(27)씨는 “회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내 능력이 어떤지 검열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 않다”며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끼리끼리 스터디를 모집하고 특정 학교 학생만 정보를 볼 수 있는 커뮤니티도 있어, 아예 해당 학교 재학생 아이디를 구매하는 준비생도 있다.
특정 학교 커뮤니티 아이디를 산다는 게시글. [온라인 커뮤티니 캡처] |
한 사이트에서는 특정 학교 커뮤니티의 아이디를 산다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해당 커뮤니티 학교 학생 중 한명은 “다른 학교 학생들이 마치 우리 학교 학생인 척 하며 스터디에 나온 적이 있다”며 “아마 여기서만 이야기되는 정보나 모의고사 시험지를 얻기 위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 출제에 참여하는 교수나 기업 관계자가 특정 학교에만 나가 설명회나 특강을 하는 경우도 있어 관련 자료를 5만~10만원에 사는 사람도 있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정모(27)씨는 문제를 출제하는 교수가 특정 학교에서 강의를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과거에 문제 출제에 참여했던 교수가 특강한 것에서 비슷하게 시험에 나온 적이 있다고 들었다”며 “모든 준비생들에게 공개된 정보가 아니라 구하기도 힘든데,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이 든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실제로 한 언론사는 상위권 5~6개 대학의 언론고시 준비생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정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준비생들은 이런 ‘특수 정보’를 구하기 위해 정보를 암암리에 거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