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유전자→정상 유전자로 대체
한 번의 치료 통해 질병 근원 해결
아벡시스·리젠엑스바이오·스파크 테라퓨틱스 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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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홍규 기자] '유전자 치료'가 생명 공학 분야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 한 번의 치료로 혈우병과 실명을 유발하는 황반변성 등 여러 희귀성 유전 질환들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론상)이다. 유전자 치료는 중성화된 바이러스를 이용, 건강한 유전자를 체내로 전달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미국 금융전문 주간지 배런스(Barron's)의 최신호(25일 자)에 따르면 지난 4월 보스턴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신경학자들 사이에서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아벡시스(AveXis)가 중증 척수근위축증(SMA)을 앓고 있는 영유아들을 상대로한 유전자 치료 소규모 임상 실험에서 놀랄만한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유전 질환인 SMA는 팔과 다리 등의 근육이 서서히 손상돼 움직임이 힘들어지는 희귀 불치병이다.
결과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제를 투여 받은 9명의 아이들 모두, 최소 20개월간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이 기간이라면 치료제 없이 생존할 확률이 8%에 그친다. 심지어 치료를 받은 아이들은 도움을 받지 않고도 앉을 수 있었는데, 이는 SMA 환자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이다.
유전자 치료 <자료=아벡시스, 배런스 재인용> |
◆ 결함 유전자→정상 유전자로 대체
유전자 치료는 결함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는 데 목적이있다. 유전자 치료는 건강한 유전자를 중성화된 바이러스로 포장(패키징)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이 바이러스는 투여되면 벡터(질병의 매개체)처럼 행동해 혈류나 질병이 있는 부문으로 이동한다. 중성화된 바이러스는 표적 세포에 도달한 뒤, 새 유전자를 세포 핵으로 전달해 필요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돕는다. 단일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필수 단백질 생산을 막아 생기는 SMA과 같은 유전 질환이 대표적 치료 대상이다.
유전자 치료는 신경학자뿐 아니라 월가에서도 관심이 높다. 투자은행 차든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올해 70% 이상 불어나 870억달러에 달했다. 아벡시스 만아니라, 스파크 테라퓨틱스(세라퓨틱스)(Spark Therapeutics)와 리젠엑스바이오(Regenxbio), 아우덴테스 테라퓨틱스(Audentes Therapeutics), 보이저 테라퓨틱스 등이 혈우병이나 크리글러-나자르증후군과 같은 희귀성 유전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 관련 기업들이다.
클리어브릿지인베스트먼츠의 마샬 고든 헬스케어 선임 조사 분석가는 "투자의 관점에서 향후 5~10년간 엄청난 약속이 (유전자 치료 분야에) 있다"면서 "우리는 임상 성공의 긴 행렬이 펼쳐질 수 있는 시작점 근처에 있다"고 말했다. 에버코어 ISI의 조시 스키머 분석가는 "유전적 특이 질병에서 충족되지 못한 의학적 수요들이 많이 있다"면서 "이 질병들은 유전자 치료로 치료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유전자 치료 기업 <자료=배런스> |
◆ 한 번 치료로 질병 근원 해결
유전자 치료는 기존 희귀성 유전 질병 치료나 개발 중인 치료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면 작년 식품의약청(FDA)이 승인한 바이오젠의 SMA 치료제 스피나르자(Spinraza)는 환자 척추에 삽입해야 하지만, 아벡시스의 치료제는 1시간, 한 번의 정맥 주입으로 이뤄진다.
또 현재 개발 중인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 역시 관심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만, 유전자 편집 기술 회사들이 아직까지 인간을 상대로 치료법을 시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 유전자 치료보다 열위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유전자를 편집해 새 DNA를 직접 환자의 유전자에 삽입하는 편집 기술보다 표적 이탈 가능성이 낮다. 표적 세포를 이탈해 유전자를 삽입할 경우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바클레이스의 제나 왕 분석가는 "유전자 편집 기술은 최근 몇 년간 상당한 진보를 이뤘지만, 아직 초창기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유전자 치료의 규제 승인을 담당하는 FDA 내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가 약물평가연구센터(CDER)보다 프로토콜과 치료법 시험을 승인하는 데 있어 관대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예를 들어 아벡시스는 약 20명의 환자를 연구하는 3단계(Phase 3) SMA 시험(최종 치료 시험)에 대한 승인을 얻었는데, 이 시험은 '치료 받지 않은(untreated)' 대조 집단(control group) 없이 이뤄진다. 회사는 FDA와 회사의 유전자 치료에 대한 '가속승인' 가능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가속승인'을 취득하면 회사는 내년 치료제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더 이르면 내년 1월 스파크 테라퓨틱스가 FDA로부터 유전적 망막 질환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승인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전자 치료 기술에 대한 첫 번째 규제 승인이 이뤄지는 셈이다.
◆ 리젠엑스, 유전자 치료 뮤추얼 펀드처럼 활용
월가의 전문가들은 유전자 치료 관련주 중에 리젠엑스바이오를 우선 주목했다. 이 회사는 중성화 바이러스 전달 메커니즘을 개발할 뿐 아니라 황반변성 등에 대한 내부 개발 치료제도 갖고 있다. 사업 범위가 넓은 만큼 회사 주식을 유전자 치료 분야의 '뮤추얼 펀드'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는 10개 파트너에 '바이러스 벡터'를 라이센스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가 상업화하면 회사는 약 10%의 로열티를 얻을 수 있다.
차든의 아무사 분석가는 "떠오르는 벡터(매개체) 기반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즐길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리젠엑스바이오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회사 목표가를 75달러로 제시했다. 29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는 현재가에서 약 2.6배의 상승 여력을 본 셈이다.
물론 유전자 치료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현재까지 관련 회사들 중 매출을 올린 회사들이 전무한 데다, 업계 특성상 치료제가 상용화할 때까지 현금만 소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 승인을 받지 못해 치료제가 시장에 나오지 못할 경우, 기대감에 부풀렀던 주가는 고꾸라질 공산이 크다.
벡터(매개체)에 대해 환자가 과도한 면역 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지난 1999년 한 18세 환자가 유전병 치료를 위해 유전자 치료 임상 시험에 자원했다가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사망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벡터를 활용한 대체 유전자 치료법이 지난 20년 간 개선 과정을 거친 만큼 치료제가 승인을 얻어 시장에 나오면 상용화가 급격히 확산할 것으로 기대했다. 유전자 치료제만큼 경쟁력 있는 희귀성 유전 질병 치료법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쇼텐펠트그룹의 릭 쇼텐펠트 매니저는 "유전자 치료는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