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자 사전투표 시행…조합원들도 적극적
[뉴스핌=김지유 기자] "지금 이곳 분위기가 마치 전쟁터 같아요. 오전 6시부터 부재자 사전투표를 시작했는데 일부 홍보요원들은 오전 4시부터 나와 있더라구요. 여기 주민들 모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요."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 A씨(50대, 여성)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사 선정 총회를 하루 앞두고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들이 표심을 잡기 위한 막바지 홍보활동에 나섰다. 대선 열기에 못지 않은 선거 열기가 후끈한 상황.
약 5300가구로 탈바꿈하는 반포주공1단지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힌다. 그런만큼 건설사들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한판 승부인 셈이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부재자 사전투표 현장을 찾았다.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사 입찰에는 GS건설과 현대건설이 뛰어들었다. 인근 지하철역(구반포역)은 물론 단지 곳곳에서도 두 건설사의 홍보물이 눈에 띄었다.
반포주공1단지 안에 부착된 건설사 홍보물 <사진=김지유 기자> |
사전투표 현장에서는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한 건설사들의 막바지 홍보활동이 펼쳐지고 있었다.
두 건설사에서 나온 직원들은 사전투표소 주변에서 투표를 하러 가는 조합원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었다. 일부 직원들은 투표를 마치고 나온 조합원들을 붙잡고 인사를 건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전투표소 보안요원들이 '조합원이 아니면 길 건너로 넘어가 있으라'고 수차례 외치면서 긴장감도 맴돌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직원은 "사전투표가 시작된 아침 6시부터 계속 나와 있다"며 "다른 것은 못하더라도 그냥 조합원들을 붙잡고 인사하면서 눈도장이라도 찍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중년 부부 가운데 여성 조합원은 건설사 홍보요원의 인사와 명함을 받고 "이미 투표를 마치고 나왔는데 이제와서 이러면 어떡하냐"며 민망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알리는 플래카드 <사진=김지유 기자> |
뜨거운 수주열기 만큼이나 조합원들도 시공사 선정을 위한 투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직장인 출근시간 이전인 오전 6시부터 오전 8시까지 가장 많은 조합원들이 투표에 나서 사전투표소 앞에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다만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건설사 수주경쟁에 대해 '너무 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평균 20~30년 이상 거주해온 주민들 입장에서는 재건축을 앞두고 수주과열 논란이 두각되는 것이 달가운 일은 아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한 70대 남성 조합원은 "내일 임시총회에 가면 사람이 많아서 투표하기가 어려울까봐 미리 투표를 했다"며 "30년 동안 이곳에 거주한 만큼 애정이 큰데 최근 수주경쟁을 보니까 좀 인심이 박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심한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아침일찍 사전투표를 마친 한 중년 여성 조합원은 "오늘 오전6시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됐는데 오전 4시부터 홍보요원들이 있어서 잠도 제대로 못잤다"며 "이곳에서 20년이 넘게 거주했는데 어디가 우세할지 모를 만큼 박빙승부가 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지 안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중년 여성 조합원도 "그 동안 가게에 전화가 많이 걸려와 그걸 받느라 정신이 없었고 오늘은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서 밥도 걸렀다"고 말했다.
이날 부재자 사전투표를 마치고 오는 27일 오후2시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가 열린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