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도 경영승계 프로그램 따라 조용히
[뉴스핌=강필성 기자] “이변은 없었습니다. 대체로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진행되는 시중은행, 금융지주의 차기 CEO 선정을 지켜본 금융권 관계자의 평가다. KB금융지주 회장과 씨티은행의 행장 선임 절차가 연임으로 마무리됐다.
앞서 상반기에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도 연임했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내부 승진한 것처럼 새로 선임됐다. 회장이 구속된 BNK금융지주를 제외하고는 외압이나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씨티은행의 차기 CEO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KB금융지주의 확대지배구조위원회에서 단일 후보로 추천됐고, 박진회 씨티은행장 역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 최종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이사회가 현직에 있는 단일 후보를 기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 1월과 3월 각각 임기 만료를 앞둔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연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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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장 선임 때마다 정부의 외풍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새 정부 출범 등에 맞물려 정부의 입김 논란이 없는 안정적인 선임절차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각 은행 이사회에서는 주요 후보 선출 절차 전후로 “외풍 차단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는 그동안 은행 내부적으로 만들어진 차기 CEO 선출 규정이 빛을 보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신한지주는 2011년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의 갈등이 표면으로 떠오르며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KB금융지주 역시 2014년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으로 내분이 벌어졌다.
당시 양사는 갈등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CEO 선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신한지주의 신한금융그룹 경영승계 계획이나 KB금융의 경영승계규정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차기 CEO후보군 선정부터 인재양성, 평가방법 등을 명문화 해 담은 것이 특징. 이 프로그램에 따를 경우 외풍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은행연합회는 최근 회장추천위원회를 도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은행연합회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금까지 회장 선임 때마다 일었던 낙하산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이는 현직에 CEO를 맡고 있는 인사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도 있다.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한 혁신적인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경영 승계 프로그램이 경영의 연속성을 중요하게 여기다보니 내부 출신, 현직 CEO의 역할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지난해와 올해 은행 실적이 대체로 성장세다 보니 연임이 유독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