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코스닥 시장 입성..주력분야 도어시스템·무인항공기 투트랙전략
[뉴스핌=최주은 기자] “대한항공이나 카이에서도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영세하고 경험 없는 변두리 기업이 항공기 도어 시스템을 생산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더라구요. 하지만 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창우 샘코 회장은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러시아 국영 항공기 제조업체인 수호이와 항공기 도어 시스템 계약이 성사됐던 당시를 회상하며 “작은 약속에 대한 실천과 신뢰가 지금의 샘코를 만들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자본금 5억으로 시작한 샘코는 올해 실적 목표치가 매출 332억원, 영업이익 38억원, 당기순이익 26억원인 회사로 성장했다. 오는 2020년에는 매출 779억원, 영업이익 121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샘코는 15일인 오늘 코스닥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세계 항공기 시장규모는 수백조원에 이르지만 국내 민간 항공기산업은 불모지에 가깝다. 샘코는 지난 2009년 수호이와 항공기 도어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도어시스템 계약을 체결하기 전 샘코는 300달러 수준의 작은 부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수호이와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미국의 한 업체에서 부품을 조달받던 수호이는 샘코가 만든 부품에 대해 품질과 가격면에서 만족해했다. 작은 부품을 시작으로 신뢰 관계가 형성돼 상위 부품까지 견적 의뢰를 했다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샘코에 항공기 도어 제작이란 큰 기회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러시아는 당시 미국에 도어 설계를 의뢰하려던 중 가격 문제로 협상이 결렬됐다. 러시아는 미국 업체를 비롯해 국내 대형회사와도 물밑 작업을 시도했지만 도어 설계를 맡길만한 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러시아 직원들이 샘코를 방문했고 수주로 이어졌는데 그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당시 공장이 영세했던 샘코로선 수호이 도어 시스템 제작이 사실 ‘무리’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경상남도 산업단지에 임대토지 4000평을 받아 공장부지를 마련했다. 물량만 받으면 공장을 짓겠다는 그야말로 무식한(?) 제의를 한 것. 이 회장은 생산계획과 인력 및 자금 확보, 납품 일정 등을 체크해 수호이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수호이 측은 재정적인 문제로 쉽게 물량을 내주지 않았다. 이 회장은 공장 부지가 마련됐으니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건물을, 금융권에서 운영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으로 수호이 측에 끊임없이 어필했다.
마침내 수호이는 샘코에 항공기 도어시스템 제작을 맡겼고 샘코는 1년반 만에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항공기 도어 제작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수호이 매출이 300억원에서 25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매출이 감소하자 영업도 줄었다.
이에 이 회장은 부품을 국산화하는 체질 개선 방안을 복안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위기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원가를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회장은 “당시 생산 물량이 크게 떨어져 회사는 위기였다”며 “하지만 절박한 상황에서 부품을 국산화하는 방법이 떠올랐다. 회사 입장에선 매출이 줄어 든게 마이너스라기보다 체질 개선을 한 긍정적 요인이 됐다”고 기억했다.
맨손으로 시작해 연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룬 샘코. 풀어야 할 숙제도 물론 있다. 매출처 다변화와 신성장동력이다.
현재 샘코 매출의 절반 가량이 수호이에서 나온다. 이 외에 미국 20%, 독일 6% 수준이다. 과거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문제가 생길 경우 리스크를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이 회장은 “러시아에서 나오는 매출을 유지하되 미국(보잉)과 독일(에어버스) 매출도 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특정지역에 매출이 몰린 것을 분산해 리스크를 줄이는데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샘코는 에어버스, 보잉 등 글로벌 대형사와 거래 확대를 위해선 매출 1000억원을 상회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매출 확대를 위해선 비행기 동체 쪽을 접근해야 하지만 이 경우 수익률이 떨어진다. 따라서 이 회장은 샘코의 캐시카우 역할을 항공기 도어시스템과 무인항공기 투트랙으로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이 회장은 “글로벌 대형사에 매출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고부가가치 부문만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도어시스템 외 무인항공기를 주력 상품으로 가져갈 것”이라며 “도어시스템 매출이 부진한 경우 무인항공기가 받쳐주는 시스템이 안착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