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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② 20세 천재, 달러 위협하는 ‘이더리움’ 만들다

기사입력 : 2017년09월05일 09:35

최종수정 : 2018년01월24일 15:29

비트코인에 ‘스마트 컨트랙트’ 플러스…실생활 플랫폼 제시

[뉴스핌=강필성 기자] 20세 청년이 사고를 제대로 쳤다. '가상화폐=비트코인' 인식을 뒤집어 놨다. 새로운 가상화폐 세상을 만들었다. 

이더리움(ETH)의 창시자이자 천재로 불리는 비탈릭 부테린. 1994년생 러시아계 캐나다인인 그는 2014년 이더리움재단을 설립한 이후 단번에 가상화폐 시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부테린과 그의 동료들이 설립한 이더리움재단은 같은 해 클라우드 펀딩으로 165억원을 확보했다. 클라우드 펀드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이 돈을 종잣돈으로 2015년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탄생했다. 

교통사고 사망설이 돌자 비탈릭 부테린은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사진=비탈릭 부테린 트위터>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이 이 상황에도 들어맞았다. 2014년 가상화폐의 선두 주자였던 비트코인은 최악의 어려움을 겪었다. 2013년 말 1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다 2014년 들어 급락세로 전환, 2015년에 200달러까지 밀렸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마운트곡스'가 해킹 공격을 받아 고객의 돈 75만 비트코인과 거래소가 보유 중인 10만 비트코인을 잃어버렸다. 이는 최근 시가로 따지면 4조4370억원에 달한다.

마운트곡스는 파산신청 서류에 “비트코인 알고리즘 버그 때문에 비트코인이 사라졌다.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해킹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비트코인은 신뢰에 타격을 받았다. 

◆비트코인의 위기에 태어난 이더리움

비트코인의 위기를 보면서 부테린은 '화폐' 기능에 주목하던 비트코인과 달리 블록체인에 보다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양한 정보를 블록체인에 담아 생활형 플랫폼으로 활용코자 한 것이다.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로 이름 붙여진 이 기술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해서 각 사용처에 맞는 특수한 용도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중앙서버에 의존하는 현존 인터넷 패러다임을 뒤집는 개념이다. 블록체인으로 분산된 데이터베이스를 중앙 서버 대신 활용하는 셈이다.

<사진=서터스톡>

예를 들어 사업가 A씨와 직원 B씨는 “A의 100이더리움은 출금 및 송금이 정지되고 B가 연말까지 영업실적을 전년 대비 10% 이상 올릴 경우 B에게 송금된다.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는 A에게 다시 송금된다”라는 내용을 이더리움 스크립트에 프로그램 할 수 있다.

이 계약은 블록체인에 저장되기 때문에 사업가 A씨가 마음을 바꾸더라도 되돌릴 수 없다. 반면 B씨는 영업실적을 10% 올리기 전까진 어떤 수를 쓰더라도 100이더리움을 송금 받을 수 없다. 계약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계약을 보증하는 기관이나 사람이 없더라도 해킹이 불가능한 블록체인은 그 이상의 신뢰성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더리움에 기반한 스마트 컨트랙트는 개인 간 거래뿐 아니라 게임, 금융거래, 투표, 보험, 기업의 권한 제한 등 매우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이더리움 재단은 “이더리움은 새로운 종류의 법”이라며 “전통적 법은 의미가 모호한 부분이 있고 집행이 어렵지만 이더리움은 위조가 불가능한 통화이며 동시에 모호성이 없는 완벽한 계약을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더리움은 가상화폐 2.0을 열었다. 20세 청년이 비트코인 해킹사고 이후 싸늘하게 식어가던 가상화폐 시장에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불어 넣었다.

◆이더리움에도 찾아온 위기

이더리움에도 위기가 닥쳤다. 이더리움재단이 벤처 캐피탈펀드를 목적으로 설립한 The DAO가 출범 3주만에 해킹 공격을 받아 360만개의 이더리움을 잃어버렸다. 신뢰에 타격을 받은 이더리움의 가치는 폭락했다.

이더리움재단 측은 해킹 이전으로 블록을 되돌리는 하드포크(hard fork, 비호환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해킹된 화폐를 상장시키면서 이더리움의 신 버전과 구 버전이 동시에 거래되는 상황이 됐다. 구 버전의 이더리움은 이더리움클래식(ETC)과 현재 동시에 존재 하고 있다.

이더리움재단은 이달 말 대규모 업데이트를 예정하고 있다. <사진=이더리움재단>

그럼에도 이더리움은 이더리움클래식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완전한 승기를 잡고 전세계 가상통화 중 시가총액 2위에 올라있다. 주목할 점은 이더리움이 아직도 변하는 중이라는 점이다. 이는 개발자가 공개되지 않아 내분을 겪는 비트코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이더리움재단은 이달 말 대규모 업데이트인 ‘메트로폴리스 하드포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서는 보다 쉬운 스마트 컨트랙트를 위한 앱 지원 및 익명거래 지분증명(PoW)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채굴자 측에서 채굴 방식을 통한 수익을 지속 주장하고 있어 자칫 이더리움이 또 다시 두 개로 분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이더리움은 가상화폐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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