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차주 부채 약 80조...3% 성장 안될 듯
[뉴스핌=허정인 기자]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지난해 6월 0.25%포인트 인하 후 14개월 째 동결 기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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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한은은 31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8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윤면식 부총재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금리 결정 회의로 7인 위원 체제로 진행됐다.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이 기준금리 동결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올해 3.0%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국내 경기가 기대에 못 미친 점도 동결 근거로 꼽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6월부터 국내 기준금리의 방향성이 ‘상방’임을 암시했다. ‘통화정책의 완화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밝혀와 금리인상 기대감을 채권시장에 불어넣었다. 국내 경기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에 그 동안 초저금리로 운용됐던 기준금리 역시 방향을 틀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잇따랐다.
다만 이번 금통위에선 취약차주 리스크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이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 따르면 취약차주의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 기준 7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차주의 부채가 약 80조에 달하는 것.
취약차주와 관련해 이 총재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지만 시장의 전망을 벗어난 한 템포 빠른 금리인상은 이들의 상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완화정도의 조정’을 쉬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성장전망 경로도 한은의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지난 7월 13일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6%에서 2.8%로 상향 조정하면서,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면 성장률이 3.0%를 넘길 수 있다고 낙관적 분석을 보탰다.
다만 북한과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기치 못한 변수로 떠오르자 이 총재는 국회 현안보고에서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미•중과의 교역여건 악화 가능성 등이 불확실한 요인”이라며 “올해 2%대 후반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선회했다.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점도 한은에게 한 박자 쉬어갈 여유를 줬다. 미국은 점도표를 통해 올해 세 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지만, 예상보다 물가상승률이 저조해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 인상하는 데 그쳤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29일 발표한 채권시장 전문가 설문조사에 의하면 시장 전문가의 99.0%가 8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응답자들은 “국내외 경기회복세 지속으로 인한 주요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이 금리인상 기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막대한 가계부채 증가로 기준금리 인상 시 원리금 상환부담이라는 부작용이 상존하고 있어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