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 실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 재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30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 대해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지난달 검찰이 구형한 징역 4년을 그대로 선고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보석으로 석방된 원 전 원장의 보석을 취소하고, 검찰에게 재구금 절차를 진행하라고 명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심리전단 직원들이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 사이트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게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6월 국정원법,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심에선 징역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나 2015년 7월 대법원이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하면서 원 전 원장은 석방됐다.
재판부는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선거 운동 여부는 원칙적으로 외부에 표시된 개별 게시글 등의 개관적 의미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 사건 게시글 등은 여당 및 그 소속 후보자를 노골적으로 옹호, 지지하거나 야당인 민주당 등과 그 소속 후보자 등을 반대해 비방하는 내용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판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뉴스핌DB] |
국정원 적폐청산TF 조사 결과, 원 전 국정원장의 2009년 2월 취임 이후 국정원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외곽팀 운영을 통해 여론 등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TF에 따르면 사이버외곽팀의 운영 목적은 4대 포털(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과 트위터에 친정부 성향의 글을 올려 국정 지지여론을 확대하고, 사이버공간의 정부 비판 글들을 ‘종북세력의 국정방해’ 책동으로 규정해 반정부 여론을 제압하는 것이다.
원 전 원장 측은 이날 선고에 불복, 항소하기로 했다.
원 전 원장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오늘 판결에서 피고인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본다. 상고심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 밝혔다.
앞서 1심은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검찰이 제출한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글을 1심보다 폭넓게 인정하면서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 징역 3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 구속했다.
이후 대법원은 2015년 7월 선거법 위반의 근거가 된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심 결론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원 전 원장은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원 전 원장의 주변인과 ‘윗선’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지난달 결심공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일은 국정원장 혼자 하는 게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