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 대상 채권 규모 파악도 시작 안돼
[뉴스핌=이지현 기자]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을 통해 약 214만명 장기연체자의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하겠다."
지난달 말 정부가 밝힌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계획이다. 정부는 포용적 금융의 일환으로 이를 추진 중이다. 국민행복기금 등 공공부문이 보유한 123만명(21조7000억원), 민간부문 91만명(4조원)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소각하겠다는 것. 민간부문의 채권 소각은 자율에 맡길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 의도대로 연체채권 정리가 마무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간 금융권의 연체채권 소각 논의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소각 계획 발표 이후 은행·카드·보험·저축은행뿐 아니라 대부업체 등 민간 금융사들도 TF팀을 구성하고 논의에 들어갔다. TF팀은 각 업권별 소멸시효 완성채권 규모 파악 및 소각 절차와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당국은 민간 업체들도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어차피 거래가 불가능한 만큼, 업계에서도 소각에 이의가 없다"면서 "그만큼 빠르게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죽은채권 3174억 소각행사'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사진=뉴시스> |
하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 민간 금융사들의 채권 소각 논의는 제자리 걸음이다.
대부업체들의 경우 아직 소멸시효 완성채권 규모 파악 절차도 시작하지 않았다. 대부업체들은 다른 금융사들로부터 채권을 많이 사와 가지고 있는 연체채권 규모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TF참여 대상인 금융위 등록 대부업체만 1000여개에 달하다 보니 절차 진행이 쉽지 않은 것. 규모 파악에 나선다고 해도 이들 업체들의 채권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조사 대상인 대부업체가 워낙 많다 보니 아직 규모 파악에 들어가지 못했다"면서 "들어간다 하더라도 정확히 파악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채권 소각 여부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어서 규모 파악이나 채권 소각을 강제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최근 금융당국이 대부업계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어 업계의 자율적 참여는 더욱 뜸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로 인하키로 했다. 향후 시장 영향을 봐 20%까지 추가 인하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게다가 대부업체들의 TV광고도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선 대부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규제가 워낙 강해지다 보니 업계에서는 격양된 반응이 많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채권소각 등에 참여하라고 강권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저축은행업계도 TF팀 출범 후 두 차례 정도 회의를 가졌다. 역시 업계의 참여를 강제할 수 없어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채권 소각 방법이나 절차에 관한 결론이 나려면 몇 차례 회의가 더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미 소각을 진행한 업체도 있고 업체 참여를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최대한 참여를 독려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