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 아가씨'가 지난 26, 27일 저녁 6시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뉴스핌=최원진 기자] 프랑스 '사교계의 여왕' 비올레타에 붉은 저고리의 화려한 한복이 어울렸다. 주중 내내 우중충하게 내리던 비도 멈춘 주말 밤이었다. 달빛 아래 시원한 가을바람, 관객석에 쏟아지는 붉은빛, 그리고 '동백꽃 아가씨'.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 아가씨'가 지난 26, 27일 저녁 8시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다.
'동백꽃 아가씨'는 주세페 베르디가 작곡한 3막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로 뒤마 피스의 '춘희'가 원작인 '라 트라비아타'는 파리 사교계의 여왕 비올레타와 귀족 알프레도의 이루지 못한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동백꽃 아가씨'에서는 배경을 프랑스 파리 사교모임에서 조선 후기 규방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파란 소매를 펄럭이며 축배를 올리는 알프레도와 붉은 한복을 입은 사교계의 여왕 비올레타.
◆ 한국적인 해석
이 작품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된다. 먼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과감한 시도다. '동백꽃 아가씨' 연출을 맡은 정구호는 원작 비올레타의 애절한 사랑과 비통한 심정을 한국 정서인 '한(恨)'으로 풀어냈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연출가 정구호는 '동백꽃 아가씨'에서 한국적 전통미 표현을 위해 LED 대형 스크린을 적극 활용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5개 링으로 구성된 원형 무대는 정형화된 스테이지에서 벗어난 세련된 무대 연출이었다. 7미터 높이의 대형 스크린에는 우리나라 붉은색, 노란색 전통 민화가 띄워졌고 움직이는 스테이지 링 위에는 전통 문살이 설치돼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한복을 입은 출연진들이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불러 어색한 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고퀄리티 연출과 비올레타 역의 손지혜, 알프레도 역의 신상근 등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색함을 신선함으로 승화시켰다.
◆ 야외 오페라란 문화의 전파
대중들에게 오페라는 아직까지 낯선 문화다. 이탈리아에서는 야외 오페라 축제가 열릴 만큼 가까운 문화생활로 자리 잡은 오페라.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오페라의 대중화'란 숙제를 제시한 선두주자가 됐다. 이번 공연 티켓 가격은 최고가 3만 원으로, 수입은 약 25억 원의 제작비에 비해 터무니없는 수치였다. 평창올림픽 성공 기원이라는 프로젝트 없이는 불가능했던 대규모 공연이었지만 이 때문에 오페라 마니아뿐만 아니라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도 많이 참석했다. 국립오페라단에 따르면 약 7000석이었던 26, 27일 표는 매진됐다.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진행된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 아가씨'에서 비올레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 손지혜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 아직은 연구와 노력이 더 필요한 분야
선선한 바람이 불고 풀벌레 소리가 낭만적이었던 밤이었다. 하지만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 금연구역에서 풍겨오는 담배 냄새, 관객들 잡담 등 감상 몰입에 방해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관객들 시선을 고려하지 못한 좌석 배치도 아쉬웠다. 동그란 형태로 무대를 감싸는 듯한 좌석 배치가 일반적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일렬로 배치가 됐다. 이 때문에 뒤에 앉거나 양옆에 앉은 관객들은 배우들 모습이나 가사 자막을 보기 힘들었다. 특히 오페라에 중요한 요소인 오케스트라 음악이 잘 들리지 않았다. 원형 스테이지 특성상 LED 스크린 뒤에 배치될 수밖에 없었던 오케스트라. 종종 배우들 노래에 묻히는 경우가 생겨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동백꽃 아가씨'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기원이라는 명분으로 제작된 특별 공연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적인 정서를 세계적인 작품에 대입했고, 사회 특별 계층만 즐기는 문화생활로 여겨지는 오페라를 대규모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던 공연이었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