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채윤 심하늬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2일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 제3별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고 공판을 직접 볼 수 있는 방청권을 공개 추첨했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간혹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추첨의 당첨자는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 부회장의 1심 선고를 방청할 수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선고결과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20분 방청권 추첨이 진행된 서울법원종합청사 제3별관 앞에는 10여 명의 시민이 앉아있었다. 30분이 되자 잠겼던 법원 문이 열렸고 기다리던 시민들이 차례로 보안검색을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선착순이 아닌 무작위 추첨이어서 앞 순서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치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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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2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제3별관 앞에서 시민들이 추첨 응모를 위해 줄을 서있다. 심하늬 기자 |
9시 10분경 법원 직원이 법정 앞에 책상을 놓고 응모권을 가져와 다시 줄을 세웠다. 40여 분 사이 응모하려는 사람이 10여 명이 90여 명으로 불어났다. 줄은 30m 정도 됐다.
줄 맨앞자리를 차지한 시민 김종우(남·75세)씨는 '역사의 산 증인'을 자처했다. 오전 6시 반에 법원에 왔다는 그는 "4.19 때 시위를 했고 6.3 한일회담 반대 활동을 하며 역사의 과정을 쭉 지켜봐 온 사람이다"라며 "이런 실재를 다 알고 있는 사람이 결과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일찍부터 온 이유를 설명했다.
직장에 연차를 내고 온 시민 이모(여·42)씨는 공판에 참여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그는 "뉴스를 접하고 응모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몰린 인파에 놀라워했다.
입장을 앞둔 법정 복도에서는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시민 간 말다툼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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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 응모권. 심하늬 기자 |
9시 35분, 시민들은 응모권을 받아 추첨장에 들어섰다. 응모번호가 적혀있는 응모권에 준비된 펜으로 이름과 전화번호, 성별을 작성하고 다시 줄을 서야 했다. 차례로 신분증과 응모권을 확인받은 후, 응모권을 반으로 찢어 응모함에 넣으면 응모 과정이 끝났다.
시민 이계한(여·54세)씨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딸과 함께 이날 응모에 참여했다. 이씨는 "평소 정치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나만 갈까 하다가 아이들이 생각나 학교 오전 수업을 빠지게 한 후 교육 차원에서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씨의 딸은 "학교 친구들도 이번 사건에 관심이 많다"며 "삼성이 워낙 큰 대기업이라 재판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응모권 배부가 완료됐다. 454명이 응모한 가운데 30명을 추첨해 15:1이 넘는 역대 최대 경쟁률을 자랑했다.
법원 관계자는 가족 및 사건 관계자, 언론에 우선 배정하고 30명을 추첨하겠다고 안내했다. 이에 한 시민이 "평소 방청인을 70명 정도 뽑는 큰 법정인데 왜 이번만 30명을 뽑느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어 법원 직원이 응모함을 들고 여러 번 흔들었고, 응모권을 뽑아 스크린에 번호를 띄웠다. 30명의 번호가 차례차례 불렸다. 당첨되지 않은 시민 대다수는 곧장 자리를 떴다.
당첨자 석정선(50세·경기 안성)씨는 "특별히 자랑스럽거나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라며 "세계적으로 좀 창피한 일 같다. 객관적으로 지켜보겠다"라고 말을 이었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