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순실 강요로 승마지원…이재용 부회장에 보고 안 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재단에 433억원을 건넸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의 운명을 가를 1심 선고를 코앞에 두고 주요 쟁점을 되짚어봤다. [편집자]
[뉴스핌=최유리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무죄와 형량을 결정할 핵심 열쇠는 '뇌물공여' 혐의다. 특검이 주장하는 횡령,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은 뇌물공여죄를 중심으로 겹겹이 쌓여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최순실씨측에 건넨 돈이 뇌물로 인정되면 나머지 혐의가 차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뇌물공여 혐의 중에서도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이 선고 결과를 가를 쟁점으로 꼽힌다. 미르· K스포츠재단 출연에는 다른 대기업들도 참여했기 때문에 삼성만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총 53회에 이르는 공판 과정에서 특검과 삼성측이 승마지원을 두고 가장 치열하게 부딪혔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승마지원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 부회장이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오고 간 금전이 뇌물이고, 직무와 대가 관계가 있다는 점을 당사자인 이 부회장이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삼성이 승마협회를 지원할 때 최씨와 정씨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증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올림픽 준비'라는 좋은 취지로 승마지원을 요구받고, 이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에게 전달했을 뿐, 정씨가 지원 대상에 포함돼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공주 승마나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정유라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었는데 이를 알지 못했냐"는 특검 질문에 "당시 (이건희) 회장님이 와병 중이라 다른 일을 챙길 경황도 없었고 최씨나 정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답했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승마협회 지원 관련 질책을 정씨 지원과 연관짓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삼성 전직 임원들도 뒤늦게 최씨의 존재를 알게 됐으며 이를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임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최씨의 영향력을 알게 된 시점은 2015년 2월 경이다. 당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회협력 사장(전 대한승마협회회장)은 '정유라 승마지원을 안 할 경우 불이익이 예상된다'고 보고했고,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이 지원을 승인했다.
최 전 실장은 "후계자에 오른 사람을 구설수에 휘말리게 만들 필요가 있겠나 우려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만약 보고했으면 이 부회장이 스톱해주지 않았을까 후회도 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시 최 전 실장이 '지원하되 비용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한 점이나, 박 전 사장이 승마협회 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도 승마지원을 뇌물로 인식하고 있지 않았음을 뒷받침한다.
또 다른 쟁점은 승마지원이 정씨에게 집중된 배경이다. 특검은 삼성이 정씨만 지원한 점을 들어 뇌물의 증거로 지적했다. 그러나 삼성의 의도와 달리 최씨의 개입으로 지원이 변질됐다는 게 승마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진술이다.
특히 최씨의 최측근이자 정씨의 승마후견인이었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삼성이 당시 지원할 승마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씨의 개입으로 번번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특검은 삼성이 정씨에게 승마용 말 소유권까지 넘겨줬기 때문에 뇌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뒤집는 증거도 나왔다. 삼성 측 변호인이 공개한 마필매매계약 해지 확인서가 그것이다.
해지 확인서는 최씨가 독일에 세운 현지법인 비덱스포츠와 독일 현지 말 중개상 헬그스트란드가 체결한 마필 교환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최씨가 삼성 몰래 마필 교환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 소유주는 삼성이기 때문에 해당 계약의 효력이 없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측은 "정유라 승마지원은 대통령의 요청 때문이 아닌 최순실의 강요 내지 공갈에 의한 것"이라며 "지원 행위 자체도 대통령에게 어떤 도움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