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투자하라 ④]현대차, 인도 최초 뒷자리 에어컨 장착 큰 호응
삼성, 풍습 고려한 손빨래 세탁기·스마트폰 내놔
[인도 뉴델리, 첸나이=한기진 기자 ] “병원 문을 열자 메스꺼운 냄새가 덮쳤다. 뎅기열 환자들이 쏟아낸 배설물이 실내온도 50도에 끓는 것 같다. 모기로 감염된다고 하는데 한국인들은 내성이 약해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우리 회사 의료기기를 팔기 위해 이런 병원들을 계속 찾아다녔다.”
박준호 삼성전자 인도법인 디렉터가 겪은 인도 적응기의 한 장면이다. 인도 시장 조사를 위해 가정집에 냉장고 배달은 물론 밀림지역까지 수백㎞를 찾아다녔다. 살인 모기떼와 식수 문제가 가장 큰 고통이었다. 인도 모기는 말라리아와 뎅기열을 옮겨 매년 20만명가량이 목숨을 잃을 만큼 치명적이다. 식수 사정도 좋지 못해 복통을 일으키는 일이 다반사였다.
박준호 디렉터는 “인도에선 손님을 따뜻하게 대접하는 문화로 전통차를 내어오는데 한국인에게는 맞지 않아 복통을 참아가며 마셨다. 아파도 호의에 감사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고 회고했다. 인도에서 얻은 질환은 인도 약으로 다스려야 효험이 있을 정도로 매우 독하다.
◆ 한국식 업무방식 과감히 버리다
하성종 현대차 델리법인 이사는 ‘리액션’이 몸에 뱄다. “인도 음식은 향이 강하고 짜며 디저트는 매우 달다. 그러나 고객들이 좋아하도록 늘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직원들과 딜러들을 만나면 인도인이 좋아하는 춤과 노래를 함께 즐긴다. 철저히 현지인처럼 생각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갖추고자했다.”
생산직원을 직접 관리하는 권상태 현대차 첸나이 공장 상무는 한국식 업무방식을 버렸다. 그는 “사진을 찍을 때면 항상 어깨를 두드리고 개선사항이 있으면 오히려 불편한 점은 없는지 되묻는다”면서 “인도인 직원들이 회사를 신뢰하고 정서적으로 동화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델리법인 임원 4명 중 3명, 첸나이공장은 생산책임자가 전부 인도인이다. 한국인 직원들은 본부와의 업무 조율과 조언자 역할만 한다.
▲하성종(왼쪽 두번째) 현대차 델리법인 이사가 인도인 임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현대차 델리법인은 임원 4명 중 3명이 현지인일 정도로 현지화에 공을 들였다. 하 이사는 “철저히 인도인처럼 생각하고 존중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
이런 노력 덕에 현지화 제품들이 하나둘씩 나왔고 오늘날의 삼성전자, 현대차가 인도에 자리를 잡는 데 밑거름이 됐다. 현대차는 인도 자동차업계 최초로 뒷자리에도 에어컨 송풍구를 설치했다. 도로
사정이 나쁜 것을 감안해 댐퍼(충격흡수 스프링) 강도도 높게 만든다.
삼성전자는 흑백이 전부였던 스마트폰 박스에 인도 전통의 코끼리, 시바신 등의 그래픽을 넣어 큰 인기를 모았다. 세탁물 양에 따라 세탁할 수 있는 올인온 세탁기 플렉시워시도 인도의 손빨래 문화에서 착안했다.
◆ 인도 손빨래 문화, 세탁기에 적용
한국과 한국기업을 바라보는 인도인들의 인식도 매우 긍정적이다.
가네쉬 마니(Ganesh Mani S) 현대차 첸나이공장 부사장은 “19년 전에는 한국기업이 요구하는 업무 스피드와 인도 현실 간에 차이가 컸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인도 직원들을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도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존중하면서 잘 융합을 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도인들은 기업오너십을 존중하고 이해할 줄 안다”고 했다.
뉴델리에서 만난 택시기사 드바(Deeba) 씨는 “김정은이 미사일 쏜 것도 인도에서는 관심을 갖고 스마트폰 비디오로 찾아본다”면서 “독립국가, 민주주의라는 공감대가 있고 무엇보다 핵을 가진 적대국(인도는 파키스탄)과 싸우고 중국과도 긴장관계라는 점에서 한국과 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