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전당대회는 당원 투표로 결정"
안철수, 한국형 제3의 길로 '극중주의' 표방
국민의당 일부 의원 "안 전 대표 대선 참패 책임지고 반성해야"
[뉴스핌=김신정 기자] 안철수 전 대표의 8·27 전당대회 출마로 국민의당 내부가 연일 술렁이고 있다. 다른 당권주자인 천정배·정동영 의원까지 맞불을 놓으면서 갈등이 격화되자, 당 지도부가 추스리기에 나섰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지금 전당대회와 관련 여러분들이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며 "본인이 처한 입장과 분수를 넘어서 개인적 의견을 여과없이 공개하는 것은 결코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적어도 당직자는 본인이 수행할 당무와 공정한 위치에서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책임을 저버리면서 다른사람에게 책임을 요구하고 사명을 기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전당대회는 당원의 투표 심판에 의해 결정되는것으로 특정후보와 세력에 대한 비판 일색으로 좌지우지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열린 제30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마치고 신문기사 스크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안 전 대표는 당내 반대 기류에도 불구하고 전날 강소야당을 만들겠다는 복안이 담긴 '혁신비전'을 제시하며 당 대표 출마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또 좌우이념에 치우지지 않고 중도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는 실용주의에 입각한 한국형 제3의 길인 '극중주의'를 표방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안 전 대표가 향후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과 연대를 염두해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대해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앞서나가는 얘기다. 우리 당이 지향하는 방향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 방향을 잡고 그 정책에 따라서 많은 다른 정당들을 설득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연대 또는 합당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그 이유를 "거대 당이 아닌 지역 지지기반이 희미한 약소 당끼리 뭉쳐봤자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가 방향을 잃고 자칫 표류해 더불어민주당에 언제 흡수될지 모르는 국민의당의 노선을 바꾸기 위해 전당대회에 뛰어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당 의원 40명 가운데 지역구 국회의원은 27명으로 이중 호남이 23명으로 과반수가 넘는다. 이렇다 보니 언젠가 국민의당이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흡수 합당될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혁신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혁신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는 안 전 대표가 전날 혁신비전 간담회에서 말한 "총선 때 국민이 내준 숙제도 다 하지 못하고 당이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안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기득권 거대 양당이 호시탐탐 국민의당의 소멸을 바라고 있다"며 "정체성이 분명한 야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하는 호남출신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의원은 발끈하고 나섰다. 천 의원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 전 대선후보의 당 대표 출마는 구태 중의 구태정치"라며 "누울 자리, 누워서는 안 될 자리조차 구분 못 하는 몰상식, 몰염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극중주의'에 대해 "방향이 없고 신념이 없다는 점에서 기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지난 1년 반 당이 걸어온 길이 극중주의라면 실패한 것이고, 당의 보수화를 말하는 것이라면 촛불민심으로부터의 이탈"이라고 비난했다.
여기에 조배숙·이상돈 등 다른 국민의당 의원들도 가세하며 안 전 대표 출마를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전날 회동에 이어 이날 오후 안 전 대표를 직접 만나 출마를 만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둘러싼 갈등은 점차 가열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