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달러, 스웨덴 크로나 등 거래 반경 확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외환시장의 무게중심이 약달러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달 하순 잭슨홀 미팅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을 중심으로 정책자들이 환시를 흔들만한 반언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면서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이미 통화정책을 근간으로 한 베팅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유로화 <출처=블룸버그> |
일반적으로 긴축 통화정책은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금리인상이 경제 성장을 의미하는 데다 금리 상승이 해외 투자자들의 자산 매입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이 일제히 비전통적 경기 부양책을 종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각국 통화의 향방이 긴축의 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ECB가 오는 가을 양적완화(QE)의 미래를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 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할 가능성을 열어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겨냥,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영국과 호주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 하순 잭슨홀 미팅에서 외환시장의 추세적인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시선이 집중된 곳은 ECB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축소를 포함해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다.
지난 2010년과 2012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2, 3차 QE 계획을 잭슨홀에서 발표했던 것처럼 드라기 총재가 올해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인 자리에서 중차대한 발언을 던질 것이라는 얘기다.
드라기 총재는 이미 지난 6월 포르투갈에서 ‘출구전략’을 입에 올렸고, 이후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6%에 이르는 상승 탄력을 받았다.
인도 루피화 <사진=블룸버그> |
트레이더들은 시야를 넓히고 있다. 유로존 이외에 스웨덴과 노르웨이, 호주 등으로 외환 거래의 반경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굵직한 경제 지표가 호조를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트레이더들은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키트 주크스 소시에테 제네랄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ECB의 통화정책이 변수로 자리잡고 있어 유로화에 대한 스웨덴의 크로나 매수 전략은 그리 간단치 않다”며 “이보다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크로나 상승 베팅이 적절하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유로/크로나 환율의 변동성 상승 베팅이 유효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양국 중앙은행이 시장에 ‘서프라이즈’를 던질 가능성이 열린 만큼 변동성 매매가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BNP파리바는 인도 루피화를 주시하고 있다. 연초 이후 루피화가 달러화에 대해 6% 상승, 최근 2년래 최고치에 오른 가운데 인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6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글로벌 외환 투자자들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호주 달러화 ‘사자’에 나서면서 호주 달러화가 가파르게 치솟은 가운데 도이체방크는 엔화에 대한 호주 달러의 매도를 추천했다. 호주 중앙은행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이는 데 반해 일본 엔화는 아베 신조 총리가 개헌 압박을 받을 경우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다.
RBC는 콜롬비아 페소에 대한 칠레 페소 매도를 권고했다. 칠레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이 밖에 스위스 프랑화도 트레이더들의 관심이 집중된 통화다. 주요 통화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달러화에 대해 하락한 데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월간 기준 6년래 최대 하락을 기록했기 때문.
크레디트 아그리콜은 ECB 정책자들이 매파 발언을 내놓은 반면 스위스 중앙은행이 비둘기파 노선을 지속, 프랑화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연말 환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