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수출주 내수 섹터 대비 크게 아웃퍼폼
금속 상품 및 신흥국 국채 강세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 12년래 최고치로 뛰었던 달러화가 내림세를 지속하면서 자산 시장의 지형도를 바꿔 놓고 있다.
월가의 투자은행(IB)은 달러화 하락의 정확한 배경을 분석하는 데 골몰하는 한편 약달러에 따른 금융시장의 파장과 대응 전략을 세우는 데 분주한 움직임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3일(현지시각)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수출주가 국내 시장에 의존하는 종목을 크게 앞질렀다.
해외 매출액 비중이 높은 종목이 올해 내수 섹터에 비해 11%포인트 가량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수출주는 2009년 이후 최대 폭의 아웃퍼폼을 나타낼 전망이다.
대형주로 이뤄진 S&P500 지수가 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을 5% 포인트 앞지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달러화가 하락할 경우 해외 소비자들의 미국 제품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이는 관련 기업들의 해외 매출 및 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2분기 3.2% 하락했다. 반면 유로화는 강한 상승세를 보였고, 이 때문에 업계 애널리스트가 유럽 기업들의 올해 매출액과 순이익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약달러는 상품시장에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자재의 가격은 달러화와 반대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최근 수개월 사이 달러화가 하락 곡선을 그린 사이 구리와 철광석을 중심으로 산업 금속 상품이 2015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국제 유가가 한 때 배럴당 50달러 선을 밟았던 것도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진정된 것 이외에 달러화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4일 기준 한 주 사이 에너지 관련 종목으로 2억12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 해당 섹터가 달러화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겼다.
루톨드 그룹의 짐 폴슨 최고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내림세를 지속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이 경우 에너지 섹터가 뉴욕증시의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채권시장도 달러화 하락이 일정 부분 파장을 일으켰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 약달러가 디플레이션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해외 채권 가격을 끌어올린 것.
이와 함께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가 상승한 지역에서는 여신이 크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신흥국 국채시장도 약달러의 수혜를 봤다. 남아공부터 브라질까지 관련 국채가 강한 상승 탄력을 받았다. 달러화 하락이 전반적인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시켰기 떄문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위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신흥국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과 어긋난 결과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약달러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까지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일이 종종 있었지만 솔직히 강달러는 듣기 좋은 말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수많은 말썽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