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박사급 인력 특히 부족...인력 유출도 잦아
[ 뉴스핌=김겨레 기자 ] 사상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적다'며 인력 부족 현상을 호소 중이다.
2일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의 '2017 전자산업 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업계에서 가장 부족한 인력은 2년이상 10년 미만의 현장 경력 또는 대졸·석사 수준 인력이다.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로 투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인력 부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소비자가전(CE)부문 소속 인력 200여명을 반도체 부품(DS) 부문 시스템LSI사업부로 이동 배치했다. 외부에서 반도체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SK하이닉스도 최근 분사한 파운드리 분야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세 번의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기업인 간담회에서 "반도체 인력 수급 문제에 크게 봉착했다"며 이공계 인력 양성과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계 회사로 인력이 빠져나가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산업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면서 글로벌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년간 경쟁사로 전직을 제한하는 규정도 국경을 넘으면 무용지물이다. A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A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를 외국계 B사가 영입한 뒤 A사에게 특허소송을 거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1000여곳에 달하는 국내 중소 반도체 업체도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구직자들의 대기업 선호 현상으로 매출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 중견기업도 인재 누출을 막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중견 반도체회사 관계자는 "어렵게 채용한 인재도 대기업으로 곧 이직한다"며 "기술력이 중요한 시스템 반도체 쪽은 특히 심하다"고 전했다.
전자산업 인력 부족의 이유로는 ▲인원의 잦은 이동과 퇴직 ▲경기 변동에 따른 인력 수요 변화 ▲직무에 적합한 인원 부재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반도체업계는 '직무수행을 위한 학력과 자격을 갖춘 인력이 없다'는 이유가 49%로 가장 높았다.
국내 반도체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석사 이상 인재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산업 자체가 기술 집약적이기도 하다. 전체 근로자 수 대비 산업기술인력 비중이 71%로 국내 12대 주력 산업 가운데 가장 높다.
반면 한해 배출되는 전기·전자·물리·제어 공학 전공 석사 이상 졸업자(2016년 기준)는 35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 2014년 3100명 수준에서 크게 늘지 않았다. 기업이 이공계 석·박사 인재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었던 전문연구요원 대체복무제도마저 오는 2020년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인력난이 장기화되면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