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셰어링 고객 400만명...20~30대 인기
현대차, 집 앞까지 배달 카셰어링 진출
[뉴스핌=한기진 정광연 기자] 토요일 오전 7시. “삐~♪♪~” 휴대폰 문자메시지 알림 음이 아침부터 울렸다. 발신인은 현대자동차. “고객님! 주문하신 자동차가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전날 밤 늦게 ‘카 셰어링’으로 빌린 자동차였다. 자동차가 배달되는 일은 매우 낯선 경험이다.
현대자동차가 시작하는 카셰어링 서비스의 한 장면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주문형 비디오(VOD)로 영화를 보듯 자동차를 주문하고 배달받는다. 현대차는 세상에 없는 ‘온 디맨드(On Demand,주문형) 카 셰어링’이라고 자랑한다.
이 서비스는 제주도에서 먼저 시작하고 전국으로 확대된다. 전국 KTX 역사에서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렌탈료와 비교해 비싸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카 셰어링 서비스 차량은 아이오닉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하이브리드 등 3종류다.
◆현대차, 친환경차 카 셰어링 구매로 이어질 것 ‘기대’
현대차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아이오닉 전기차에 앉아 서비스를 시현하고 있다. |
현대차가 큰돈을 벌 것도 아니면서 왜 카 셰어링 서비스를 하는지 궁금하다.
류창승 현대차 국내마케팅실 이사는 “최근 고객들은 다양한 자동차를 충분히 경험한 뒤 구매한다”면서 “전기차를 타서 감동을 받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이 전기차를 손쉽게 이용하도록 해서 판매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취지다.
네이버는 빌려주기 형태의 카 셰어링보다 자율주행기술 체험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카 셰어링 기업 그린카와 공동으로 커넥티드카(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한 양방향 소통 자동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카 셰어링은 네이버가 추구하는 미래 방향성인 ‘생활환경 지능’의 일환”이라며 “이용자가 활동하는 모든 공간과 이동의 지능화를 실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 셰어링 이용자는 최근 5년간 폭발적으로 늘었다. 국내 카 셰어링 ‘2강’인 쏘카와 그린카 회원이 1만6000명에서 440만명, 차량 대수도 400대에서 1만2000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업계는 지난해 1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카 셰어링 시장 규모가 5년 내 1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대기업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SK그룹은 쏘카에 59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했다. SK는 공유 차량을 통해 주력인 정보기술(IT)·주유·콘텐츠 서비스 등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린카는 롯데렌탈이 지난 3월 지분의 약 91%를 인수한 사실상의 자회사다.
◆“카 셰어링 1대 가치는 4~8대 소유와 맞먹어”
카 셰어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새로운 자동차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고령화와 젊은 층의 구매력 감소, SNS발 정보 홍수,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부상, IT기술 발전 등으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이승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감가상각, 자동차세, 보험료, 정비비용 등을 감안하면 차 1대를 셰어링하면 4~8대를 직접 소유하는 것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의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도 카 셰어링의 경제적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에서 승용차를 소유, 유지하는 데 지출하는 평균비용은 연간 78만원. 이 중 24만원은 운행과 무관하게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가상각, 보험료, 세금 등으로 자동차를 소유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자동차 소비 문화에 따른 카 셰어링 등 비즈니스는 기존의 물품 대여나 온라인 비즈니스 틀 안에서 이뤄져 큰 규제는 없다. 다만 쏘카 등 소규모 업체가 판을 벌인 탓에 서비스 불만이 커 수익성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나 네이버 등 대기업이 큰 투자로 시장을 성숙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