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내 눈으로 진실을 보고 전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용감한 한국인 택시기사 김사복 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위르겐 힌츠페터
영화 ‘택시운전사’는 알려진 대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은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1980년 광주. 이날의 비극을 카메라에 담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수상 소감(제2회 송건호언론상)이 이야기의 시발점이 됐다.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1980년대 광주를 보는 시선이다. 메가폰을 잡은 장훈 감독은 광주의 참상을 제삼자, 서울 택시기사와 독일 기자 시선으로 담았다. 때문에 동시대를 다룬 어느 작품보다 담담하다. 당연히 정치적 이념을 강요할 리도 만무하다. 좌우 대립으로 확장되지 않는 것, ‘택시운전사’만의 차별점이자 미덕이다.
광주를 지키던 사람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그려냈다. 대단히 정의롭거나 거창한 정치사상을 가진 이는 없다. 거리로 나간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소시민이며, 모든 행동은 오로지 상식에 기반한다. 그리고 만섭이 그러했듯, 관객 역시 이 모습을 통해 현대사의 비극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자연스레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메시지를 곱씹는다. 그날의 비극에서 오늘의 희망을 볼 수 있는 이유다.
또 하나 칭찬할 부분은 역사의 무게에 짓눌려 상업 영화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는 것. 당연히 역사를 가볍게 다뤘다는 의미는 아니다. 장훈 감독은 크고 작은 웃음, 적절한 부성애 코드 등으로 상업 영화로서의 구색을 갖췄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과하지 않다. 신파적 장치를 덜어내고 딱 그만큼만 영화적 재미로 채웠다.
배우들의 연기는 완벽하다. 택시운전사 만섭 역의 송강호를 필두로 독일 기자 피터 역의 토마스 크레취만,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 역의 유해진, 광주 대학생 구재식 역의 류준열, 광주 지역 신문기자 최기자 역의 박혁권까지, 이들은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따뜻한 얼굴로 그날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덧붙이자면, 실제 자료화면은 극말미 피터의 보도 영상으로 활용됐다. 대신 엔딩 자리에는 힌츠페터의 생전 인터뷰를 담았다. 김사복을 찾는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오래 맴돈다.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2일 개봉.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