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금리 상승 시 '발작' 온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과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가 크게 몸집을 불린 가운데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번지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기 시작하면서 투매가 본격화될 경우 시장 전반에 걸쳐 커다란 충격이 강타할 것이라는 경고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사진=AP/뉴시스> |
임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머징마켓 현지 통화 표시 ETF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인 블랙록 EM ETF는 최근 자산 규모가 70억달러에 근접했다. 올 들어 두 배 불어난 수치다.
아이셰어 JP모간 EM 로컬 국채 ETF 역시 연초 이후 외형을 두 배 확대했다. 신흥국 평균 금리가 4.72%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을 크게 웃돌면서 3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투자자들이 경계하는 것은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이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의 금리인상으로 시장 금리가 오를 경우 신흥국 채권을 대상으로 한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관련 ETF에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의 달러화를 빌려 고금리를 제공하는 신흥국의 현지 통화 자산을 매입해 수익률을 올리는 전략이다.
선진국의 금리가 오를 때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해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기존의 포지션도 청산된다.
신흥국 현지 통화 표시 채권 지수가 지난 5월 2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뒤 17bp 하락하자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다.
슈로더의 레미 올루 피탄 트레이더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캐리 트레이딩에 나선 투자자들이 신흥국 자산에 대해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최근 ETF로 대규모 자금이 밀려든 만큼 바짝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동향 이외에 ETF의 구조적 특성도 커다란 변수다. 신흥국 뮤추얼 펀드와 달리 ETF는 현금 자산을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이 펀드를 매각할 때 벤치마크에 해당하는 자산을 팔아치워야 한다.
또 ETF가 자산을 매도할 때 리스크가 높거나 유동성이 풍부한 것을 선별해 우선적으로 처분하는 일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4000억달러 규모의 신흥국 채권펀드 가운데 ETF의 비중이 해마다 상승, 최근 12%에 달했다. 관련 ETF가 물량을 쏟아낼 때 시장 충격이 그만큼 클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도이체방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투자은행(IB) 업계는 최근 투자 보고서를 통해 신흥국 캐리 트레이드가 지나치게 팽창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른바 캐리 청산과 이에 따른 충격이 가까운 시일 안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잠재적인 리스크에 선제 대응해야 할 때라고 BofA는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