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달러화 표시 채권 위기 이후 20배 급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또 한 차례 중국에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2015년 새해 벽두부터 중국 금융시장이 폭락하면서 연준의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인상에 제동을 걸었던 것과 흡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연준 <사진=블룸버그> |
24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달러화 표시 부채 규모가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무려 20배 급증, 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전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에 빠뜨렸던 2015년 상반기 폭락이 진정된 이후에도 부채 규모는 급팽창했다. 2015년 9월 이후 부채 규모가 50% 불어난 것.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천문학적인 부채를 미국은 물론이고 그 밖에 선진국의 금리인상을 가로막을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포함한 정책자들은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이 내세우는 통화정책 정상화의 걸림돌은 목표 수준에 크게 미달하는 인플레이션이다.
이와 달리 월가의 채권 애널리스트는 2015년 상황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핌코의 조아킴 펠스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2년전 미국의 통화정책은 워싱턴이 아니라 중국에서 결정됐다"며 "올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중앙은행이 순항한 것은 중국발 충격이 없었기 때문이지만 하반기와 내년 상황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은 이머징마켓 전체 발행액 가운데 약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 12월 5%에도 못 미쳤던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한 셈이다.
BIS에 따르면 기존의 채권 가운데 20% 가량이 1년 이내 만기 도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절반 이상의 달러화 표시 채권은 5년 이내에 만기를 맞이한다.
위기 당시 제로 수준이던 미국 연방기금 금리가 1.00~1.25%까지 오른 데 따라 중국 기업과 정부가 기존의 달러화 표시 채권을 차환 발행하려면 더 높은 이자 비용을 떠안게 된다.
또 중국 기업들이 만기 도래하는 채권을 위안화 표시 채권으로 갈아타려고 할 경우 위안화에 하락 압박을 가하게 된다.
연준의 금리인상에도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한 데 따라 중국의 자금 조달 여건도 우호적인 영역에서 유지됐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 부채가 더 늘어날 경우 중국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다이와 캐피탈 마켓의 케빈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중국의 자금 유출입이 안정된 한편 위안화 폭락 역시 진정됐다고 확신할 때 실제 상황은 정반대로 젼개될 것"이라며 "달러화 유출 위험이 단순히 지연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