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제 석유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
석유 시장을 둘러싼 파워게임에서 중국이 유리한 고지
[뉴스핌=강소영 기자] 미국과 중국의 100일 계획이 종료된 후 미중 간 무역전쟁의 전운이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과세 부가 가능성을 제기하자, 중국 내부에서는 자국이 '석유'를 무기로 미국의 무역전쟁 '도발'에 맞서야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중국 유력 매체 써우후차이징(搜狐財經)은 '중국은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대항할 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소개했다. 정부측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국제 정세에 대한 중국의 인지 현황, 중국의 향후 전략을 예측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만 한 내용이다.
이 칼럼이 제시한 중국의 무기란 앞서 언급한 석유다. 석유 대외의존도가 65%에 달하는 중국이 국제 원유 수입 대국의 영향력을 이용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석유 시장을 둘러싼 '파워 게임'에서 중국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석유로 미국이 목줄을 죄겠다는 발상은 다각적 측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중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의 전략비축석유(SPR)의 50%를 팔아 재정예산을 충당할 계획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대로 석유를 팔아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선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중국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국제 원유 공급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고, 미국 자체의 원유 생산량이 최근 5년 49% 증가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과 같은 '고객'을 잃어선 안된다는 것.
중국은 지난 2016년 5월부터 미국의 저(低)등급 원유(sour crude oil)을 수입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제공하는 원유의 가격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보다 저렴해 중국의 미국 원유 수입량은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은 이미 캐나다를 추월해 미국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 된 상태다.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그간 충분한 성의를 보였다는 입장이다. 100일계획을 수립해 미국 소고기 수입을 재개했고,올해 3월엔 중국석유국제사무소가 처음으로 미국의 전략비축유 55만배럴을 수입했다.
전략비축유 수입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석유 수입량 증가 추세가 가파르고, 중국이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수입했다는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최근 5개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원유는 10만배럴에 달한다. 이는 2016년 전체 수입량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중 올해 4,5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사들인 원유 규모는 하루 평균 18만통으로 매우 가파른 속도로 수입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 확대되는 점도 미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은 자국내 매장된 석유가 있지만 채굴기술 부족과 높은 비용으로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어 석유 수입량도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최근 중동 지역의 불안정과 국제 원자재 시장 불안으로 전략비축석유를 늘리려는 정책도 더해져 중국의 석유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전 세계 전략비축석유 증가량의 1/3이 중국에서 발생했다.중국의 전략비축석유 일수는 일본과 미국에 비해 현저히 적은 34일에 불과하다.
석유의 수입 의존도는 높아졌지만 중국은 석유 공급처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특정 국가에 석유를 볼모로 휘둘리지 않기위해서다. 현재 중국의 석유 조달 채널은 러시아, 중앙 아시아, 동남아시아의 육상 수입과 해상 수입의 네 개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의 석유 수입량을 늘리면서 석유 자원 공급원의 다원화를 꾀하고 있다.
석유 공급원의 다원화와 석유 수입량의 증가로 중국은 과거와 달리 국제 석유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고있다.
중국은 국제 석유 시장에서 입김을 발휘할 정도로 영향력이 세졌으며, 국제적 '석유 달러 시스템'의 한 축을 중국이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이제까지 강력한 군사력을 동원해 중동 지역의 수호자를 자처해왔는데, 이를 통해 산유국을 압박, 대부분의 석유 거래를 미국 달러로 진행하도록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산유국은 석유로 안전과 달러를 교환하고, 벌어들인 달러를 다시 미국 국채와 주식, 대량의 미국 군사설비를 구매하는데 사용함으로써 '석유 달러'는 끊임없이 미국으로 회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자금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워주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동의 석유 교역량 감소는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재정 확충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석유 달러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 점을 노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의 2대 원유 수입 대상국이다. 중국 전문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필요에 따라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실제로 이들 3국은 서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에 합의했다.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약속했다.
아람코는 현재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아람코의 시가총액은 2조달러, 이 회사의 상장은 사우디 경제는 물론 세계 석유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람코는 우리 나라에 상장한 에스오일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아람코 상장 후 얻어진 수익은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로 귀속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해외순방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선택했다. 이때 사우디는 미국의 무기 수입과 PIF의 미국 인프라 건설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자금이 '돌고돌아' 결국 미국의 인프라 투자로 흘러드어가게 되는 셈이다.
중국은 미중 양국의 상호 의존성과 상호 협력 가능성을 강조하며 양측이 윈윈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미국이 끝가지 무역전쟁을 불사하겠다면 석유 시장 배후에 힘을 키우고 있는 차이나머니의 힘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 칼럼의 요지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