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 등 '교각살우' 우려
외국계 투기자본 이사회 진출 가능성 커져
[뉴스핌=정탁윤 기자] # 00기업은 2020년까지 조 단위의 바이오사업 투자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00기업 이사회의 과반수를 차지한 투기자본인 'ㅇㅇ 헤지펀드'가 긴급 임시 이사회에서 투자계획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ㅇㅇ헤지펀드는 자산매각과 배당 확대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 도입하기로 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등 재벌 개혁 장치가 현실화했을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19일 국정기획위원회가 이런 내용이 포함된 재벌 개혁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재계에서는 대기업 총수의 전횡을 막으려다 투기자본만 좋은일 시켜주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비유가 어색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는 2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 수와 같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인데, 그동안 재계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와 집중투표제가 결합되면 외국계 투기자본이 이사회에 진출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워진다고 반발했다. 두 제도 모두 재벌 총수 일가를 견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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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한 관계자는 "헤지펀드가 이사회에 참가하면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배당 확대 등 단기 이익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총수 전횡을 막는 것도 좋지만 국내 고용이나 투자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재벌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사 체제 전환 수단으로 사용되는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도 막기로 했다. 기존 대기업 그룹 기존 순환출자도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재벌 개혁 수단에 대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교각살우'라며 반대하고 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과거 칼 아이칸 사태 등을 들어 헤지펀드가 이사회에 이사 1명을 포함시켜 문제가 있었던 사례를 들어 지적했다.
지난 2006년 칼아이칸은 다른 헤지펀드와 연합해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던 KT&G 주식 6.59%를 매입, 헤지펀드 측 사외이사 1인을 이사회에 진출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칼아이칸은 KT&G가 장기 사업을 위해 가지고 있던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회계장부 제출,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의 기업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KT&G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 2조8000억원 가량의 비용을 썼고, 칼아이칸은 주식매각 차익 1358억과 배당금 124억 등 1482억 차익을 실현하고 떠났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과거에는 헤지펀드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이사회 과반수를 장악한 후 핵심 자산을 매각해 단기 이익을 극대화 하는 기업사냥꾼이란 인식이 강했다”며 “최근 들어서는 대상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지분만을 확보하고 자기 사람 1~2명만을 이사회로 진출시켜 이후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주요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하도록 해 주가를 상승시켜 차익을 취득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