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 17페이지 분량 보고서 의회 제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은 무역수지 적자 축소와 교역 상대국의 환율조작 방지에 초점을 둘 전망이다.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한 발 물러선 미국이 NAFTA 재협상에서 이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부상시킨 데 대해 투자자들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미국 자동차 수출입 현장 <출처=블룸버그> |
18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멕시코 및 캐나다와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NAFTA 재협상 방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이라고 몰아세운 NAFTA를 손질하기 위한 일단계의 로드맵이 마련됐다.
17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무역 상대국의 환율조작 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지목됐다는 점이다.
무역대표부는 교역 상대국의 환율 조작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적절한 조항을 무역협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시장 전문가들은 멕시코와 캐나다가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되지 않는 만큼 NAFTA 이외에 향후 진행될 무역 협상을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역대표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 기조를 펼치는 한편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데 무게를 뒀다.
또 미국 기업에 대한 정부 조달 시장의 이점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한편 멕시코의 고용 및 환경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내용도 이번 보고서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한 무역협정으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비판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 밖에 디지털 교역과 관련된 조항을 개선시키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 차례 NAFTA 탈퇴 의사를 밝혀 시장 전문가들은 기존의 협정이 대폭 손질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상 이날 보고서 내용은 워싱턴 안팎의 관측에 비해 온건하다는 평가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정책자들이 이날 만나 협상 과정의 실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실질적인 NAFTA 재협상 시점은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8월 중순 협상이 본격 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보고서에 대해 멕시코 경제부는 공식 발표문을 통해 상호 교역과 투자를 증진시키는 건설적인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CNBC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멕시코의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 무역대표부가 제시한 협상 방안의 골자가 예상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캐나다 외교부 역시 공식 성명을 내고 기존의 NAFTA를 한층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일부 미국 기업들은 무역대표부의 이번 협상안에 크게 반색했다. 포드 대변인은 발표문을 통해 "환율 조작은 21세기 무역 장벽"이라며 "이번 NAFTA 재협상 방안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NAFTA의 교역 규모는 지난 2015년 1조달러를 돌파, 1994년 출범한 이후 4배 성장했다.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630억달러를 웃돌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