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당대 최고 낭만 검객의 희비극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희생하고 헌신하는 지고지순한 남자의 순애보가 가득 담겨있다.
뮤지컬 ‘시라노’는 실존 인물이자,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쓴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5막 운문희곡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이 작품은 싸움과 도전을 좋아하고 넘치는 문학적 재능을 지닌 시라노(류정한‧홍광호‧김동완)와 그가 사랑하는 여인 록산(최현주‧린아), 그리고 록산이 사랑하는 미남 청년 크리스티앙(임병근‧서경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시라노’가 희비극인 만큼, 1막에서는 유쾌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자신의 코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주인공 시라노는 등장에서부터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다소 충격적인(?) 모습을 한 주인공의 모습을 본 객석에서는 알 수 없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마냥 강하기만한 주인공은 아니다. 시라노가 작아지는 순간도 있다. 바로 사랑하는 여인 록산 앞에서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호위무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두 사람(록산과 크리스티앙)을 이어주기 위해 사랑의 세레나데를 대신 부르는 순애보적인 모습도 보인다.외모는 비록 못생겼을지라도 시라노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강자에게는 강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매력적인 사내로 그려진다. 또 모두를 제압할 수 있는 유려한 검술을 자랑하는 강인함을 드러내면서도, 아름다운 시어를 쏟아내며 모두를 감동시키는 ‘낭만 검객’이다.
그의 가슴 아픈 사랑의 대목은 넘버 ‘나 홀로(Alone)’를 통해 여지없이 드러난다. 더욱이 2막에서는 주인공들의 엇갈린 사랑과 이들의 절망적인 운명을 대변하는 곡들이 가득차 희비극의 요소를 제대로 채웠다.
그리고 주인공을 맡은 홍광호는 여러 매력을 갖고 있는 시라노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코믹함부터 절제된 검객의 모습,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남자의 모습까지. 더욱이 시라노가 록산을 향해 내뱉는 사랑의 세레나데는 작품의 빈틈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초점이 시라노에게만 맞춰져있다 보니 그가 록산을 사랑하게 된 계기나 록산의 마음이 시라노에게 돌아서게 된 부분의 개연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편 뮤지컬 ‘시라노’는 오는 10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주)알지/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