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에 본사·가맹점 '동시 추락'
[편집자주] 프랜차이즈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갑(甲)질' 등 곪을대로 곪아왔던 문제들이 잇따라 터지는 분위기다. 1979년 롯데리아 론칭으로 시작된 국내 한국프랜차이즈는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기업에서 내몰린 직장인들이 창업에 매달리면서 프랜차이즈에게 기회를 가져다 줬다. 몸집은 어른이 됐지만, 기업문화를 비롯한 전반적인 경영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한국프랜차이즈 40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한국프랜차이즈 현주소를 짚어봤다.
[뉴스핌=전지현 기자] 피자프랜차이즈업계의 갑질 논란이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미스터피자와 피자헛의 부진한 실적이 주목되고 있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스터피자와 피자헛 본사들은 실적이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올 1분기 매출액이 2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4억원)보다 약 20억원 줄었다. 영업손실도 2억원 증가한 28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MP그룹의 하락세는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더욱 뚜렷하다. 매출은 2014년 1429억원, 2015년 1103억원, 2016년 971억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영업이익은 2015년 손실 72억원으로 적자세로 돌아선 이후 지난해 영업손실 89억원을 달성,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피자헛을 운영하는 한국피자헛도 실적이 부진하다. 2004년 연매출 3000억원을 웃돌았던 한국피자헛은 지난 2015년 매출이 893억원으로 곤두박질 쳤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207억원으로 전년 -7억원보다 214억원 주저앉았다.
이같은 저조한 실적으로 영업이익률은 미스터피자 -9.16%, 피자헛 -23.13%(2015년)를 기록, 경쟁사인 도미노피자(12.41%), 피자에땅(2.02%), 피자나라치킨공주(17.45%)보다 현저히 저조한 수준을 보였다.
과거 피자업계 1, 2위에 달했던 갑질 기업들이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이 중소형 브랜드는 약진했다. 2014년 매출 1806억원에 그쳤던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2103억원까지 올랐다. 영업이익 역시 2014년 133억원에서 지난해 261억원을 기록하면서 엄청난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피자업계 5위에 있는 리치빔도 마찬가지다. 피자나라치킨공주를 운영하는 리치빔은 지난해 매출 510억원으로 2014년(315억원) 보다 약 200억원 상승했고, 영업이익도 3년새 74억원 증가했다.
관련업계는 실적이 나쁜 피자업계 상위 2개 브랜드가 '갑질' 논란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곳이라는 점에서 인과응보라는 시선이다. 일각에서는 부진한 본사 수익성 타개를 위해 가맹점에 '갑질'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미스터피자는 광고판촉비를 가맹점주에게 전가하고 원재료를 비싸게 납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피자헛은 가맹점주들에게 강제로 합의서를 요구해 가맹계약서에는 없는 어드민피를 받아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피자헛은 앞서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100% 전환하며 임직원(정규직·비정규직) 3780여명 고용계약을 해지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본사 매출 하락과 갑질 행태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가 가맹점 매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본사측은 인과응보라 쳐도, 가맹점주는 최근 몇년간 본사측 갑질에 더해 부정 여론으로 인한 매장 매출 하락까지 '이중고'를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공개된 2014년 가맹점 평균매출액은 미스터피자 5억9966만원, 피자헛 6억1426억원이었다. 그러나 1년새 각각 25%(4억5247만원), 38%(3억8175만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도미노피자와 피자에땅 가맹점 평균매출액 하락률은 2.3%, 1.3%이었던 반면, 피자나라 치킨공주는 약 43.3% 증가했다.
피자업계 한 관계자는 " 본사 실적이 나빠지고 있으니 가맹점주들로부터 고혈을 짜내듯 갑질을 더욱 해온 것 아닌가 싶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 이후 '프랜차이즈 갑질 해소'의 일환으로 피자업계 갑질 빅2를 기업내부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면서도 "부정적인 여론 이미지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맹점주들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게 불보 듯 뻔하다. 결국 가맹점주들 입장에서는 이중고, 삼중고를 치루는 셈"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