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래부 장관 내정자 청문회에 이통사 CEO 소환
이통3사, 막판까지 출석 조율...현안 산적에 ‘난색’
국회, 통신비 인하 재차 압박...행정권 침해 논란도
[뉴스핌=정광연 기자] 정부가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 이통3사 CEO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다시 한번 통신비 인하 압박에 나섰다. 업무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청문회에 업계 CEO를 소환한 건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 주무 부처를 무시하고 통신비 인하를 강제하려는 움직임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행정부와 마찰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오는 4일 유영민 미래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이통3사 CEO는 참석 여부에 대해 막판까지 고심중이다.
앞선 29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여야4당은 기본료 폐지와 가계통신비 인하 관련 신문을 위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등의 증인 채택을 결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통3사 CEO들의 청문회 출석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급작스런 결정탓에 내부 일정을 변경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통신비 인하 집중포화에 노출될 것이 뻔한 자리에 참석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통사 관계자는 “CEO가 직접 챙겨야 할 현안이 상당히 많아 일정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며 “최대한 협조한다는 입장이지만 현 시점에서 출석 여부를 확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장관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판단해야 할 청문회에 이통3사 CEO를 소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취임 후 미래부 장관이 수행해야 할 주요 사안들을 놓고 정치권이 압박을 주는 것 자체가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청문회에서는 이통3사 CEO 외에도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와 조성진 LG전자 대표도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통신비 인하가 단말기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인데 사실상 주무 부처 장관이 정해지기도 전에 정치권이 나서서 통신비 인하를 강제하는 모양새다.
이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보편제요금제 신설과 취약계층 통신비 지원 확대, 요금할인율 25% 상향 등 구체적인 통신비 인하 방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다시 정치권이 추가 압박에 나선 건 오히려 정책 혼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통3사가 요금할인율 상향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등 업계와의 조율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인하 방안을 거론하는 건 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통신비 인하 논쟁에만 집중하고 있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안 등 정작 중요한 사안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는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9월 30일 일몰) 등의 핵심 내용을 담은 17건의 단통법 개정안이 계류된 상태다. 국회가 본연의 업무에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방위 소속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의 경우 대통령의 공약이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기에 장관 청문회에서 이통3사 CEO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한 결정”이라며 “모든 관계자들의 입장을 종합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정책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