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K스포츠재단 과장, 최순실 지시 적은 수첩
5개월 가량 땅에 묻어 보관하다 검찰에 제출 밝혀
"돈·힘 가진 분들인 걸 알았기 때문에 공포감 있었다"
[뉴스핌=황유미 기자]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자신의 업무 수첩을 검찰에 늦게 제출한 이유에 대해 "죽을까봐 갖고 있었다. 처음부터 공개하면 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30일 말했다.
![]() |
박헌영 전 K스포츠 과장이 지난해 12월 22일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박 전 과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최순실 측 변호사의 "지난해 11월부터 조사를 받았는데 5개월이나 지나서야 수첩을 내놓은 이유가 뭐냐" 질문에 박 전 과장은 "죽을까봐 갖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박 전 과장은 "저를 보호할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검찰의 압수수색이나 조사를 받을 때 죄송하지만 그것을 숨겼다"며 "3월쯤 돼서 증거로 드려도 될 것 같아서 제출했다"고 했다.
최순실씨의 지시를 그대로 적은 수첩이기 때문에 나중에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공개하면 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수첩을 어디에 보관해놨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땅에 묻어 놨다"고 답했다.
형사처벌을 받을까봐 숨긴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박 전 과장은 "어떤 힘을 갖고 돈을 가진 분들인지 알기 때문에 그런 것에 공포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최씨의 지시를 받아 적은 박 전 과장의 업무수첩을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작성된 수첩에는 최씨가 기업들의 재단 출연에 개입한 정황이 포함돼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