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마약, 섹스, 살인. 기억에 남은 건 이것뿐이다. 무엇을 봤는지 알 수가 없다. 정확하게는 알고 싶지 않다.
영화 ‘리얼’이 지난 26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리얼’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음모와 전쟁을 다룬 작품. 카지노 사업으로 성공 궤도를 달리고 있는 야심가 장태영(김수현) 앞에 조폭 조원근(성동일)이 등장, 카지노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졸지에 카지노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장태영은 이를 해결해 줄 투자자를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이름도 생김새도 똑같은 의문의 투자자(김수현)를 만나게 된다.
새로운 누아르의 탄생이다. 다만 여기서 새롭다는 의미는 지금까지 없던 새것, 그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신경정신과 박사 최진기(이성민)와 상담하는 장태영. 이성민과 김수현의 힘 있는 연기에 김수현의 노출(?)까지, 관객의 시선을 빼앗을 만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간단히 말하면, 모든 것이 넘친다. 플롯은 복잡하고 설명은 방대하다.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감독이 무엇을 의도했는지 알 길이 없다. 나름대로 1장 탄생(Birth), 2장 대결(VS.), 최종화 리얼(Real)로 챕터를 나눴는데 역시나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자신감을 보였던 미쟝센과 액션마저 과하다. 화려하다, 훌륭하다가 아니라 그냥 정신없고 많다.
시작부터 화제가 된 노출신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파격적이다. 나체에 가까운 여성들이 줄곧 등장하고, 김수현의 상체와 엉덩이, 그리고 설리의 상반신이 가감 없이 공개된다. 두 사람의 정사신은 두 차례에 걸쳐 그려진다. 이 장면만 학수고대한 관객이라면 만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악수. 이 모든 신이 겉돈다.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자극적이고 불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 특히 김수현의 호연이 더 안타깝다. 알려졌다시피 김수현은 ‘리얼’의 전체를 이끌고 나간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두 명의 장태영, 정확히는 세 명의 장태영을 소화했다. 이들 캐릭터는 극과 극에 있는 인물이라 표현이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김수현은 무리 없이 해냈다. 그나마 영화 속에서 장태영을 분리할 수 있었던 건 김수현의 섬세한 표현력 덕이 크다.
설리의 연기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좋은 의미로는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튀지 않았다는 거고, 나쁜 의미로는 베드신과 노출 말고는 그렇다 할만한 걸 보여주지 못했다. 그 외 배우들, 성동일, 이성민, 조우진, 이경영(대부분 편집돼 잘 볼 수는 없다)의 연기 역시 몇 안 되는 ‘리얼’의 장점이다. 타투이스트로 변신한 수지의 깜짝 출연은 반갑다. 다만 수지처럼 특별 출연한다고 알려진 아이유, 박서준, 다솜 등은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김수현의 전작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도 언론과 평단의 혹평 속에 7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으니. 이 말인즉슨, 지금 ‘리얼’이 기댈 곳은 오로지 김수현 하나밖에 없다. 28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코브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