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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죽음을 당신은 기억하시나요” 잊혀지는 의사자(義死者)

기사입력 : 2017년06월18일 07:00

최종수정 : 2017년06월18일 07:00

경찰돕다가, 자살자 구하다 숨진 義人
쓰레기 더미·가로등에 가려진 추모비
“여기 있었어?” 존재조차 모르는 시민
“의로운 죽음, 적극적으로 기억 해야”

[뉴스핌=황유미 기자] "추모비요? 잘 모르겠는데"

동호대교에서 망원 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곳에 의인 고(故) 최원욱씨의 추모비가 있다. 공원 쓰레기 더미가 바로 옆에 놓여 있어 쓸쓸하고 초라한 느낌마저 난다.

서울 압구정동 동호대교 분기점에서 만난 주민 장모(남·65)씨는 의사자(義死者) 고(故) 최원욱씨의 추모비를 찾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장씨는 "여기서 4년 살았는데 한번도 못봤는데"라고도 했다.

추모비는 동호대교에서 잠원 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육교 입구에 있었다. 공원 쓰레기를 모아 놓은 봉투더미 옆이었다. 의인의 죽음을 기리는 국화도 없다. '추모비'라고 적혀있지 않았다면 조형물로 생각했을 정도로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추모비에는 '숭고한 희생정신을 실천한 아름다운 청년의 용기를 영원히 기리고자 함'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2007년 7월 당시 25살이었던 고 최원욱씨는 동호대교에서 자살을 시도한 여성을 구한 뒤 자신은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을 거뒀다.

고 최원욱씨의 추모비에 새겨진 문구. 최씨는 2007년 7월 자살을 시도하던 여성을 구한 뒤 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최씨의 의로운 죽음은 추모비만 기억하고 있었다. 다른 주민 역시 최원욱씨도, 추모비도 모른다고 했다.

명동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고(故) 이근석씨의 추모비도 마찬가지였다. 추모비는 가로등과 나무 사이에 있다.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게다가 보행전용거리임을 알리는 철제 구조물이 추모비를 가리고 있었다. 의인과 추모비에 대한 무관심을 대변하는 듯했다.

오후 5시가 지나자 추모비 앞에서 상인이 장사를 시작했다. 추모비는 눈에서 사라졌다. 고 이근석씨는 1997년 1월 소매치기범과 격투를 벌이는 경찰을 돕다가 흉기에 희생됐다.

서울 명동 거리 한복판에 있는 고(故) 이근석씨의 추모비. 이씨는 1997년 소매치기를 쫓는 경찰을 돕다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추모비 주변에서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씨는 추모비를 바로 앞에 두고도 "(추모비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기자가 추모비를 가리키며 이근석씨 이야기를 들려주자 "처음 듣는다"라고 놀라워했다.

인근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박모(여·34)씨는 "추모비가 여기 있는 건 안다"며 "추모식 등 의인을 기리는 행사 자체도 없다보니, 딱히 추모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지내는 것 같다"고 했다.

추모비는 있지만,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존재 같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의사자 추모비는 서울에 14개 있다. 추모비가 세워질 당시 잠시 떠들썩하긴 했지만,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런 의인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성동구 성수동 성수역 3번 출구 앞 고(故) 최성규씨의 추모비를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시민들은 의인을 추모하는 방식이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수동 고(故) 최성규씨의 추모비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임규철씨는 "저렇게 덩그러니 길가에 비석만 세워놓지 말고, 공원을 조성해서 추모할 수 있게 하면 더 많이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성규씨는 1996년 성폭행 당할뻔한 여대생을 돕다가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명동을 방문했던 직장인 이고은씨 역시 "이런 분들(의인들)의 죽음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하는 것 같다"며 "추모 행사 같은 것들을 자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의사자들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구조활동을 벌이다 병을 얻어 사망한 경찰관의 이름을 따 '자드로가 법'을 만들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16년전 지하철 선로에서 사람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한국인 이수현씨를 기억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의사자에 대해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낮다고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이런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언론이나 정부 기관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자에 대해 주목할 수 있도록 민관이 관련 추모 행사 등을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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