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발언을 계기로 외국인 매도세 쏟아져
국고채 금리, 전 만기에서 4~7bp 올라
[뉴스핌=허정인 기자] 서울 채권시장이 약세 폭을 크게 키웠다. 정책금리 인상이 유력한 미국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잔뜩 긴장해 있던 시장은 이날 아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인상 시사’발언을 트리거 삼아 주저앉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창립 제67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12일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보다 6.7bp 오른 1.699%, 5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6.6bp 오른 1.917%, 10년만기물 금리는 5.1bp 상승한 2.224%로 장을 마쳤다.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4.7bp씩 오른 2.335%, 2.355%로 마감했다.
3년 만기물과 10년 만기물은 각각 장중 1.711%, 2.235%의 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3년만기 국채선물은 전일보다 18틱 내린 109.48, 10년만기물 국채선물은 55틱 내린 124.91로 마쳤다. 3년 국채선물 시장에서 기관이 8364계약 순매수하고 외인이 8943계약 순매도했다. 10년 선물 시장에선 기관이 2589계약을 순매수하고 외인이 2751계약을 순매도했다.
그간 외국인의 매수세에 의해 근근이 강세를 보였던 시장은 이날 이 총재의 발언으로 외국인이 짐을 싸면서 대폭 약세를 연출했다.
증권사 채권운용팀장은 “그 동안 강세 장은 국내 기관이 견인한 게 아니라 외인의 선물 매수에 끌려온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달러/원 환율 하락 등 외인에게 우호적인 원화수급 여건이 이번 주부터 해소되던 차에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이 나와 외인의 선물매수가 매도로 돌아서면서 시장이 급격히 밀렸다”며 “이 뿐만 아니라 6월 FOMC를 앞두고 국내 기관이 금리에 대한 가격부담이 컸는데 재료가 하나, 둘 노출되면서 시장이 약세를 온전히 받아들인 모습”이라고 전했다.
자산운용사 채권운용팀장은 “총재 발언으로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외인 매도 등 변수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처음에는 약보합 정도로 시작했고 이후 외인이 장중 세게 매도하면서 장이 끌려갔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장은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증권사 채권딜러는 “강세재료가 지난주에 소멸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FOMC 전까지는 적극적 '사자'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외인이 추가로 선물을 매도하면 국내기관도 이 레벨에서 적극적으로 사서 들어가진 않을 것 같다”며 “10년 만기 미 금리 상단이 2.25~2.30%일 것으로 보는데 국내금리도 거기 맞춰서 더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 딜러는 “외국인이 세게 팔면 더 밀릴 여지가 있고 국내에서 손절매가 출회되면 금리는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 시장에 매수세가 다 없어진 분위기”라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금리가 전고점까지는 금방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