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시황 악화 우려…시황 따라 이익 변동성 커
[뉴스핌=정탁윤 기자] 지난해 에틸렌 업황 호황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하반기 에틸렌 시황 악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까지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며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미국 등을 중심으로 에틸렌 공급이 늘어나며 공급과잉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에틸렌 생산 규모 1, 2위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하반기 이후 실적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석유화학제품군이 다변화돼 있는 LG화학에 비해 에틸렌에 편중돼 있는 롯데케미칼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9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미국의 엑슨모빌과 다우케미칼 등이 각각 150만톤 규모의 에탄분해설비(ECC)를 증설해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국내 업체들 역시 현재 경쟁적으로 에틸렌 생산설비(NCC) 증설에 한창이다.
에틸렌은 주요 화학제품의 원료로 쓰여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국내 업체들은 석유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NCC 방식을 쓰고 있다. 반면 세계 최대 생산국인 미국은 셰일가스에서 에틸렌을 뽑아내는 ECC(에탄크래커) 방식을, 2위인 중국은 CTO(석탄 분해설비)를 주로 이용해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이같은 공급 과잉 가능성에 더해 미국의 ECC 설비에 비해 한국의 NCC설비가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무래도 NCC대비 원가 경쟁력이 있는 ECC의 증설로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석유화학제품군이 다변화돼 있는 LG화학보다 에틸렌에 편중돼 있는 롯데케미칼이 향후 시황 악화에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내에서도 PVC, ABS, 합성고무, 특수수지 등으로 제품군이 다양한 반면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기반 제품에 너무 집중돼 있어 에틸렌 시황이 악화되면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최근 수년 동안 에틸렌 시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컸다. 지난 2011년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다 2012년부터는 연간 영업이익이 반토막 수준인 3000~4000억원대로 떨어졌다. 2014년 3500억원대이던 영업이익이 2015년엔 다시 1조6000억원대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는 사상 최대 수준인 2조5443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에서도 롯데케미칼에 대한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지난해 실적 호조에 따라 지난 2월 14일, 고점인 41만원을 터치했다. 이후 하반기 이후 실적 악화 가능성에 꾸준히 하락, 현재는 고점대비 12% 정도 빠진 상태다. 지난 달 29일 최근 1년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인 LG화학과 대조적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시황변동성에 대비하고 리스크 상쇄를 위해 원료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2015년) 삼성 화학 3사 인수에 따른 시너지 발휘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