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상품, 특허청 특허 받기도...대형사 위주도 문제
[편집자] 이 기사는 6월 8일 오후 3시21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김승동 기자] 보험 배타적사용권의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 이를 주관하는 보험협회가 배타적사용권을 남발하는데다 대형사 중심으로 운용돼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타적사용권 심의에서 한 번 떨어진 상품이라도 재심의를 신청하면 대부분 획득했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됐다. 또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지 못한 상품이 특허청 특허를 획득한 사례가 나와 심의의 공정성에 흠집이 생기기도 했다. 배타적사용권이란 보험상품의 일정기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 이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상품은 생명보험 16개('16년 8개, '17년 8개), 손해보험 15개('16년 7개, '17년 8개)다. 1년 5개월 동안 31개의 상품이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았다. 이는 2011년 이후 5년 동안 받은 39개(생보 21개, 손보 18개)와 맞먹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가 보험상품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발표한 후 보험사가 자유롭게 신상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로드맵 발표 후 배타적사용권 심의 신청도 증가하고 획득한 상품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배타적사용권 심사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배타적사용권 재심의 신청이 크게 늘었다.
2016년 이후 총 6건의 재심의 신청이 있었고, 이 중 4건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배타적사용권을 받지 못한 2건 중 1건은 특허를 획득했다. 이전 5년 동안 4건의 재심의 신청, 2건의 승인과 비교되는 수치다. 보험업계에서는 ‘재심의=획득’이라는 암묵적인 공식이 생기기도 했다.
또 일부 보험사는 배타적사용권 대신 아예 특허청 특허를 신청해 부여받기도 했다. KB손보는 '자동차보험 대중교통이용 할인특약'을 개발한 후 배타적사용권 획득에 실패하자 재심의 대신 특허권을 신청했다. 배타적사용권 부여기간은 통상 3개월이지만 특허청 특허는 20년간 독점권을 갖는다.
또 다른 문제는 재심의를 신청한 보험사(삼성·한화·푸르덴셜생명, KB손보·동부화재·현대해상)가 대형사이거나 외국사란 것. 니치마켓(틈새상품)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중소형사는 재심의에 투입할 인적자원이 부족하다.
배타적사용권을 심사하는 위원은 총 7명이다. 보험협회 1인, 보험사 2인, 보험교수 2인, 소비자단체 1인, 보험개발원 1인으로 구성된다. 업계에선 이들이 대형사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이 남발되고 있는 것은 물론 심의의 신뢰도에도 금이 가고 있다”며 “본심의를 할 때 보다 객관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상품에 대한 독창성이 향후 보험사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배타적사용권 신청·획득 상품이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상품의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형사도 결국은 상품개발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동 기자 (k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