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구석·지하철 플랫폼이 내 쉼터
화장실 한켠 의자 하나 뿐인 휴식공간
먼지·소음 고스란히 들어오는 휴게실
홍익대, 봉사단체와 휴게실 개선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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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한 건물 화장실 안에 놓인 의자. 해당 건물의 미화원들이 잠시 쉬는 공간이다. |
[뉴스핌=이보람 기자] 새벽 5시. 서울 영등포구 한 오피스건물에서 미화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남들이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인 이 시간, 이미 출근을 마쳤다.
가장 바쁜 아침근무 중 그가 잠시 쉬는 곳은 화장실 한 켠에 마련된 작은 의자다. 의자 주변에는 회사가 준 활동복이 걸려 있었다. 의자 아래에는 그가 신는 신발도 한 켤레 놓여져 있었다.
A씨는 잠시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고 5분도 채 안돼 다시 근무를 이어갔다.
건물 지하 3층에 근무자들이 식사를 하거나 누워서 쉴 수 있는 큰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일과 중 내려갔다 올 짬이 나지는 않는다. 작은 의자 하나가 일과 중 유일한 쉼터인 셈이다. 함께 근무하는 20여 명의 다른 미화원들도 같은 상황이다.
그는 "그래도 여기는 지하에 쉴 공간이 있어서 점심시간엔 거기서 밥도 해 먹고 낮잠도 잘 수 있다"며 "아예 앉을 곳이 없어 계단에서 밥을 먹거나 쉬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나마 환경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청소노동자 B씨는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문래역을 오가며 열차 내부를 청소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B씨가 업무 중간 잠시 쉬는 공간은 홍대입구역 승강장 한 켠에 마련된 한 평 남짓한 휴게실이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청소미화원들은 근무시간 동안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돌아가며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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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승강장 한 켠에 마련된 청소미화원들의 휴게 공간. 청소미화원들은 근무 중간중간 이 곳을 거쳐가며 짧은 휴식을 취한다. |
좁은 휴게실에는 여닫이 문이 있긴 하지만, 늘 열려있다. 승강장 내의 먼지와 소음은 다음 전철이 올 때까지 짧은 휴식마저 불편하게 하는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기자가 승강장에 머문 30분 남짓 동안 목은 금세 칼칼하고 오가는 지하철 소리에 대화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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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역 승강장에 마련된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 내부. |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날씨와 싸워야 한다. 덥거나 춥다. 기자가 이 곳을 찾은 날엔 바깥에 비가 내렸다. 휴게 공간은 선풍기 두 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한여름이 아닌데도 덥고 습했다.
B씨는 "문을 미닫이로 해야하는데 여닫이로 하고 매일 열어 놓으니까 겨울에는 바람이 불어서 춥다. 그래도 서울 지하철 공기업 두곳이 합쳤으니까 이제 우리 같은 환경미화원들 처우도 지금보다는, 차차 나아지겠지"라고 말했다.
승강장에서 만난 또다른 청소미화원 C씨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근무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대다수의 청소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휴게환경에 놓여있다.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 청소노동자들의 휴게 공간이나 근무 환경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생들이 직접 나서 청소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봉사단체 한국해비타트는 최근 홍익대 총학생회 학생들과 '은화과 프로젝트'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 최근 학교내 환경미화원들의 휴게실 시설 공사를 끝마쳤다.
추운 겨울 휴게실이 따뜻하도록 바닥에는 온열 패널을 깔고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한 에어컨도 설치했다.
학생들은 이번 한번이 아니라 추후에도 꾸준히 교내 환경미화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동아리 회장 채종한 씨는 "올해는 매년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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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학생들과 한국해비타드의 '은화과 프로젝트'를 통해 교내 환경미화원들의 휴게실이 보다 편안하게 탈바꿈했다. [한국해비타트제공] |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