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숙희(김옥빈). 조직의 리더 중상(신하균)은 그를 거둬 고도의 훈련을 시키고 숙희는 최정예 킬러로 성장한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조직의 배신뿐. 때마침 숙희 앞에 나타난 권숙(김성형)은 그를 국가 비밀 조직 요원으로 스카우트한다. 이후 숙희는 새 이름과 신분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머지않아 두 남자가 등장하면서 숙희를 둘러싼 비밀이 하나둘 드러난다.
시작부터 눈을 뗄 수가 없다. 건물 복도를 따라가며 수십 명을 제압하는 오프닝. 국내외 취재진과 평단의 극찬을 받은 이 시퀀스는 사용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FPS 슈팅 게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손과 무기만 등장하는 1인칭 시점의 액션 구성이다. 그간 본 적 없는 독창적인 시작은 게임 이상의 흥미와 몰입도를 준다. (물론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면 카메라는 숙희 얼굴을 비추고 시점은 자연스럽게 3인칭으로 전환된다)
세련된 카메라 워킹과 구성은 이후로도 빛난다. 오토바이 위에서 쌍칼을, 속옷 차림으로 단검을 휘두른다. 버스에 매달린 채 격투도 벌인다. 액션스쿨 출신으로 그간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2008), ‘내가 살인범이다’(2012) 등을 통해 남다른 액션 감각을 보여준 정병길 감독은 또 한 번 실력을 뽐내며 저만의 영역을 확고히 했다.
더욱이 현란한 이 액션의 중심에는 남성 캐릭터가 아닌 숙희가 서 있다. 그간 충무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여성 원톱 액션 영화. 김옥빈의 공이 컸다. 김옥빈은 총, 쌍칼, 도끼까지 어마어마한 무기를 손에 쥔 채 고난도 액션을 멋지게 소화했다. 감정 연기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듬성듬성 던져진 숙희의 복잡한 내면을 매끄럽게 연결했다.
반면 스토리 자체는 아쉽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전형적이다. 클리셰로 가득한 탓에 ‘니키타’(1990), ‘킬빌’(2003) 등의 작품도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르 영화에서 탄탄하고 독창적인 스토리까지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액션 영화를 스토리 때문에 보는 관객은 드물다.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스크리닝 초청작이다. 8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