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지원 기자] “드라마 찍는 3개월이 정말 빨리 지나갔어요. 가장 힘들지 않았던 드라마 같아요. 한 번도 얼굴 붉힌 적이 없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유쾌했어요.”
배우 권상우(41)가 KBS 2TV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으로 또 한 번 확실한 존재감을 증명했다. SBS 드라마 ‘유혹’ 이후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그는 극 중 하드보일드 형사 ‘하완승’으로 극의 흐름을 쥐락펴락했다.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형사로 첫 등장부터 날 것 그대로의 액션을 선보인 권상우.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 때문에 촬영 초반부터 부상을 당했다.
“4.5m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신이 있었어요. 아쉽게 풀샷으로 안 나왔는데, 뛰어내리다 왼쪽 발목을 심하게 접질려 한동안 고생했죠. 물주머니가 생겨 몇 번 물을 빼기도 했고요. 촬영하면서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행여 드라마에 지장이 있을까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아직 재활 중이예요.”
권상우는 ‘유설옥’ 역할의 최강희와 공조 수사를 펼치며 환상의 파트너쉽을 보여줬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두 사람의 호흡을 최고였다.
“강희 씨가 제가 던진 애드리브도 잘 받아줘서 재밌게 연기했어요. 유설옥 캐릭터도 너무 사랑스러웠고요. 또 여자 배우 중에 저렇게 열심히 하는 배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강희 씨가 힘든 장면을 척척 해내서 저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극 중 하완승과 유설옥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도와주는 관계. 하지만 둘 사이에 특별한 러브라인이 그려지지 않았다. 권상우는 아내 손태영을 의식하며 “오히려 편했다”고 말했다.
“여배우와 입맞춤 신이 있으면 (아내가) 신경 쓰이잖아요. 물론 작품이 중요하지만, 제 아내가 소녀 같은 부분이 있어서요. 아무래도 (키스신은)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게 기분이 낫겠죠? 그런 걸 오래 마음에 담고 있더라고요. 하하.”
권상우는 아내 손태영 이야기에 얼굴 가득 웃음을 지었다. 슬하에 1남 1녀를 둔 두 사람은 벌써 9년차. 하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은 신혼 때와 변함없다.
“지금까지 아내가 제 앞에서 여자로서 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요. 아내를 보면 늘 신선하고, 예쁠 때가 많죠. 잔소리는 많이 하지만요(웃음). 특히 아내가 일 욕심보다는 아이들을 예쁘게 입히고 잘 돌보는 데 신경을 더 쓰는데, 그게 항상 고마워요. 다시 태어나도 손태영과 결혼한다면 가식적인 것 같고, 다시 태어나도 손태영 같은 여자랑 결혼할 것 같아요.”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해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등 히트작을 남긴 권상우는 어느덧 17년차 배우. 원조 ‘한류스타’로서 국내외를 뜨겁게 달궜던 그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현장의 소중함을 느낀다.
“군대도 다녀왔고 무명시절도 있었고, 같은 연배의 배우들과 비교해 데뷔가 빠른 편이 아니에요. 운이 좋았죠. 가진 것에 비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나이 들수록 더 감사하게 생각해요. 어느덧 40대가 됐는데, 나이 먹어서도 계속 주인공을 할 수는 없잖아요. 앞으로 어떤 연기자로서 자리 잡아야 할까 늘 고민해요. 예전에는 책(시놉시스)을 주시면 당연하게 여겼는데, 지금은 감사해서 꼼꼼히 읽어봐요.”
롤모델로는 영화 ‘탐정’에서 호흡을 맞춘 성동일을 꼽았다. 역할의 비중에 상관없이, 드라마·영화·예능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자기 캐릭터를 구축하는 내공을 배우고 싶다는 것.
“선동일 선배님은 찾는 곳이 많아요. 드라마, 영화 시놉시스도 많이 받고요. 진지한 역할도, 코믹한 역할도 모두 잘하시잖아요. 선배님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느 시점이 되면 성동일 선배님 같은 배우가 돼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능에 대한 욕심도 살짝 드러냈다. 앞서 MBC ‘사십춘기’에서 개그맨 정준하와 반전 예능감을 보여준 권상우는 요즘 SBS ‘미운 우리 새끼’에 빠져있다.
“아내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게 취미예요. 예능 좋아하죠. 그러지 않아도 드라마 끝나니까 (정)준하 형한테 계속 전화가 와요. 좋은 아이템이 있는데 또 같이 한 번 해보자고요. 요즘은 ‘미운 우리 새끼’를 보면서 ‘내가 저기에 게스트로 나가면 어떤 말을 할까’ 상상해봐요.”
이제 막 드라마를 마친 권상우는 쉴 틈이 없다. 다음 달 8일 영화 ‘탐정2’를 크랭크인 하고, 또 다른 영화도 거의 출연이 확정된 상태다.
“인기도, 톱스타 이미지도 중요하죠. 하지만 영원한 건 없잖아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전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더라고요.”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사진 수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