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친서 전달…"7월 독일 G20서 한-EU 정상회담 합의"
EU "협상 목적이 정권교체 아니라는 점 분명하게 전달하라"
[뉴스핌=이영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연합(EU)·독일에 파견한 조윤제 특사는 19일 브뤼셀 EU본부에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상임의장 등 EU 지도부를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북핵문제 해결과 양자 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유럽연합(EU) 및 독일 특사로 임명된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 정상외교의 정상화를 알리기 위해 지난 18일 인천공항을 통해 독일로 출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조 특사는 EU 지도부와 회동한 뒤 이날 오후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새 정부가 이번에 EU에 특사를 보낸 것을 EU가 높이 평가하며 각별하게 맞이했다"고 말했다. EU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한국의 특사 파견을 "EU와 한국 간 강력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특사는 "투스크 의장은 본인과 문 대통령이 학생운동을 하고 투옥되는 등 삶의 길이 비슷하다며 좋아했다"면서 "두 정상이 오는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전달한 친서에서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는 것과 별개로 조속한 시일 내에 공식적인 양자 정상회담을 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조 특사는 전했다.
조 특사는 "EU 측이 북핵 문제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줬다"면서 "대북정책에서 한국이 오너십을 갖고 적극적,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문 대통령과 새 정부와 정확하게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의 대외정책인 '크리티컬 인게이지먼트(비판적 관여)'를 언급하고 "이는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 제재를 통해서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게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새 정부가 하려는 (대북정책과) 같은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EU는 새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공통적인 철학, 태도, 접근방식을 가진 데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EU 지도부는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EU도 보도자료를 통해 "투스크 의장이 북한에 대해 국제 사회와 신뢰할 수 있고, 의미 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면서 "EU는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도 "문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조 특사와 만나, EU가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하는 것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고 적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북핵 협상과 관련해 "이란 핵 협상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온전히 공유하고 협조하겠다"며 "한꺼번에 다 얻으려고 하지 말고 단계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조 특사는 전했다.
조 특사에 따르면 모게리니 고위대표는 "지난 몇 개월간 한반도에서 군사적 행동 얘기도 나오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것을 우려해 미국에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중국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도 소개했다.
이란 핵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헬가 슈미트 대외관계청(EEAS) 사무총장은 북핵 해결방안과 관련 "제재만으로는 안 되고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제재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상대방에게 모욕을 줘서는 안 되고 체면을 살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조 특사는 전했다.
특히 "이란 핵 협상에서 얻은 교훈은 (협상의) 목적이 레짐체인지(정권교체)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 문 대통령, 투스크 상임의장과 20분간 전화통화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오후 5시부터 20분간 진행된 투스크 EU 상임의장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은 EU와 기본협정과 FTA(자유무역협정), 위기관리활동 3대협정을 다 체결했다"며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해 매우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EU가 한국의 북한 핵폐기 정책을 지속적으로 지지한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EU는 이란 핵문제 타결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있어서 앞으로 북핵의 완전 폐기를 위해서 한국과 EU 사이에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투스크 의장은 "다음주 이탈리아에서 열릴 G7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규탄 입장을 담은 결의안을 내겠다"며 "결의안에 대해 한국 입장이 있다면 보내달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