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앞서 임원인사 단행…"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판단
[뉴스핌=최유리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말부터 미뤄왔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사장단 인사보다 앞선 이례적 상향식 인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백이 길어진 가운데 경영 정상화 속도를 높이려면 인사를 더 이상 연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1일 삼성전자는 IM(IT모바일), CE(소비자가전) 등 세트부문에 대한 임원인사와 주요 보직인사를 실시했다.
삼성전자 세트부문은 부사장 승진자 6명, 전무 승진자 11명, 상무 승진자 30명, 전문위원 승진자 5명, Master 선임 2명 등 총 54명이 승진했다.
이 중 외국인 2명(조셉 스틴지아노 전무, 존 헤링턴 상무), 여성 2명(이애영 상무, 이혜정 상무)이 승진했다.
사업부와 해외지역에 대한 주요 보직인사도 실시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삼성전자는 인사를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올해 경영목표 달성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번 인사는 상향식으로 이뤄졌다. 삼성은 그동안 매년 12월 '사장단 인사→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직원 인사와 신규 채용' 순으로 진행했지만, 올해는 순서가 바뀌었다.
실제로 지난 3월 1일자로 부장 이하 승진 인사를 끝낸데 이어 신규 채용과 임원인사를 진행했다. 삼성 수뇌부가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고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연말부터 인사가 미뤄진 결과다.
사장단보다 임원인사를 앞당긴 것은 인사 지연으로 인한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미 5개월 가량 이어진 인사 지연이 더 길어질 경우 인사 적체 등 여러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 내부에서도 임원 승진 및 퇴임 인사가 지연되면서 조직 전체 분위기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실시하지 못한 인사를 더 이상 지체할 경우 조직의 신진대사가 저하될 것을 우려해 이번에 인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세트 사업 부문 인사가 나면서 반도체 등 부품사업 부문과 다른 계열사 인사도 금명간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미전실 없이 각사 경영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만큼 삼성 계열사들은 각기 다른 날짜에 임원인사를 진행하게 된다.
다만 사장단 인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 2월 삼성SDI만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바 있다.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결함 사태와 관련해 조남성 사장이 물러나고 전영현 사장이 새 사령탑을 맡았다.
사장단 인사는 임원 인사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의 1심 선고가 이뤄지는 8월 이후나 연말에 이뤄질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